옛 밀양지역의 공립 교육기관 밀양향교

전국 최초로 밀양향교 내에 작은 도서관은 개관
향교 이야기, 공중도덕, 다도(茶道), 공수법(拱手法), 배례법(拜禮法), 스토리텔링, 독후활동 등 운영
주말 문화공연 및 각종 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

장창표 논설위원 승인 2023.12.24 10:52 의견 3

밀양향교(密陽鄕校)는 옛날 밀양지역의 교육을 담당한 공립 교육기관이었다. 언제 건립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12세기 중엽에 활동했던 서하 임춘(林椿)이 무신의 난(亂)을 피해 밀양에 머무는 동안에 향교 교생들의 초대를 받아 지은 시(詩)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볼 때 그 이전부터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한편으로는 서기 1,100년경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고도 한다.

처음에는 부북면 용지리에 있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燒失)되어 현재의 위치로 옮겨 1602년(선조 35) 부사 최기(崔沂)가 중건하였고, 대성전(大成殿)은 1821년(순조 21) 부사 이현시(李玄始)가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밀양향교는 밀성 손씨 집성촌이 있는 교동(校洞)마을 뒤 경사지에 자리하였는데, 경주향교, 진주향교와 더불어 영남의 3대 향교로 손꼽힐 만큼 규모가 크고 유명하며, 1983년 경상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밀양향교 전경

주요 건물로는 대성전(大成殿), 동무(東蕪)·서무(西蕪), 내삼문(內三門), 명륜당(明倫堂, 인간 사회의 윤리를 밝힘), 동재(東齋)·서재(西齋), 풍화루(風化樓), 개복청(改服廳), 수복청(守僕廳), 전교실(典校室), 제기고(祭器庫) 등이 있다. 건물의 배치형식은 경사지에 이축선(二築線)의 전학후묘(前學後廟, 앞쪽은 공부하는 공간, 뒤쪽은 제향하는 공간)의 병렬형 배치이다.

문묘(文廟, 공자를 모신 사당)인 대성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으로 전퇴(前退, 집채의 앞쪽에 달아 낸 칸 실)가 없고 전면 3칸의 안쪽으로 열리는 쌍여닫이 통판문(通板門)을 달았다. 동무와 서무는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지붕으로 안쪽으로 열리는 쌍여닫이 판장문(板牆門, 널빤지로 만들어 달아 놓은 문)으로 하였고 양 협칸의 전면에는 채광을 위한 붙박이 살창을 달았다. 동쪽 끝 2칸은 전사실(典祀室)로 사용하고 있다.

대성전 전경

강당(講堂)인 명륜당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으로 양쪽 협칸은 방으로, 가운데 3칸은 대청인데 전퇴(前退)가 개방되어 넓고 전망이 좋은 대청 공간을 형성하였다.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는 정면 5칸, 측면 1.5칸의 맞배지붕으로 명륜당을 중심으로 전면 좌우에 배치하였으며, 평면구성은 명륜당 쪽에서부터 방 1칸, 대청 2칸, 방 2칸으로 되었고 전퇴를 개방하였다. 동서재의 남쪽 측면에는 툇마루를 두고 상부에 별도 지붕을 설치하였다.

명륜당(강당)

풍화루(風化樓)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2층 누각이다. 정문은 아래층의 가운데 1칸만 출입문을 달았고, 상부 누마루에는 계자난간을 설치하였다. 마을 위쪽 막다른 골목의 향교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홍살문과 3칸의 맞배지붕의 솟을대문이 있는데 가운데 1칸에만 출입문이 있다.

풍화루

대성전에 배향(配享)하는 인물은 모두 27현(賢)으로 중앙에 공자(孔子)를 비롯한 중국 5성(聖) 및 동서 양쪽 벽에 송조(宋朝) 4현 그리고 우리나라 18현(賢)의 위패(位牌)를 모시고 있다. 대성전은 뒤쪽이 17세기, 앞쪽이 18세기 건물이며, 명륜당은 소박하면서도 예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조선 중기 건물로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대성전과 명륜당은 조선 중기 향교의 건축 형식·구조 및 건축 기법을 잘 보여주는 건축사적·문화재적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 12월 두 건물이 각각 보물로 지정되었다.

1894년(고종 31) 갑오개혁 이전의 향교는 인재를 양성하고 지방의 민풍(民風)과 예속(禮俗)을 순화하면서 유현(儒賢)들을 기리고 교생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었다. 지금은 교육 기능은 없어지고 제향(祭享)만 하고 있다. 봄·가을에는 석전(釋奠)을 봉행하며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분향(焚香)을 받들고 있다. 현재 밀양향교에는 전교(典校) 1명과 장의(掌議) 수명이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밀양시에서는 2017년 7월에 전국 최초로 밀양향교 내에 작은 도서관은 개관하였다. 명륜당, 풍화루, 서재를 활용하여 3,000여 권의 장서로 일반자료실, 독서공간, 어린이실로 꾸몄다. 또한, 이곳에서는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향교 이야기, 공중도덕, 다도(茶道), 공수법(拱手法), 배례법(拜禮法), 스토리텔링, 독후활동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밀양문화관광연구소에서는 향교를 찾는 지역민과 관광객을 위한 주말 문화공연 및 각종 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제공하고 있다.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밀양향교는 그동안 지역의 풍속교화와 유교적 인재 양성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추로지향(鄒魯之鄕, 공자와 맹자의 고향이란 뜻으로, 예절을 알고 학문이 왕성한 곳을 일컫는 말)을 내세우며 춘정 변계량과 점필재 김종직의 선비정신을 자랑으로 여기는 밀양이다.

지역의 향교나 서원 등을 통해 우리의 아름다운 옛것을 보존하고 지켜나가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이다. 그러나 지나친 전통(傳統)의 고수는 자칫 젊은 세대와의 단절을 가져올 수도 있다. 많은 문중의 재실(齋室)을 비롯한 고택(古宅)들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고 퇴락(頹落)되는 이유를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향교나 서원, 고택 등을 더 많이 개방⸱활용할 수 있도록 시대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가 요구되는 요즘이다.

K-헤리티지 뉴스 논설위원 장창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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