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단 옆 운경고택, 현대미술의 플랫폼이 되다
한옥에 펼쳐진 이완<랜덤 액세스 메모리3:기록과 기억>전
김지연 시민기자
승인
2024.09.14 18:54 | 최종 수정 2024.09.17 11:53
의견
0
서울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운경고택은 선조의 아버지 덕흥대원군과 그의 사손이 살던 도정궁 터로 알려져 있다.
집 주인이었던 선조의 아들인 인성군의 10대손인 운경 이재형(1914~1992)이 1953년 한옥을 짓고 죽을 때까지 이곳에 정착했다.
운경고택은 매년 전시가 열릴 때 몇 달을 빼놓고 1년 내내 문이 닫혀있다. 그래서 사직단 좌측 담벼락 바로 옆 도로변에 위치해도 사람들은 그 존재를 모른다. 전시는 15000원 입장료가 있고 예약제로 운영한다.
현재 이곳에서 이완 작가의 <랜덤 액세스 메모리>전시를 열고 있다. 영상과 설치, 조각, 미디어 테크놀로지, 로보틱스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전시가 고택과 어떻게 결합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300평 규모의 경내가 조각, 설치미술,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점령되었다. 들어서자마자 인공적인 새소리, 옛날 티비 소리 등 다양한 사운드도 고즈넉한 고택을 감싸 안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26작품 중 19점이 신작이고 나머지 8점은 베니스비엔날레,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들이라고 한다.
운경 이재형은 해방 후 우리나라 최초의 국회의원이자 12대 국회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무려 7선 국회의원이었다고 한다.
이 고택은 그가 한국전쟁 휴전 직후 매입했다.
고택 안채는 원래 있던 화조도와 작가가 만들거나 수집한 조형물들이 한데 어우러진다.
반복적으로 보이는 켈로그 콘프레이크 이미지는 자본주의 사회가 만든 시스템에서 개인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졌나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랑채에 전시한 이케아 가구들처럼 획일화된 지구인의 삶의 한 단면처럼 보인다.
작가는 고택에서 나온 전근대, 근대의 흔적과 함께 이 전시를 위해 만든 설치작품을 통해 현재와 미래까지 아우른다. 또한 작가가 벼룩시장에서 수집한 옛 기록물과 물품들은 격변의 한국 근현대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전시는 10월 27일까지며 관람시간을 지정해 사전예약을 해야 입장할 수 있다. 한국 근현대사를 담고 있는 문화유산인 운경고택에서 첨단 미디어 전시도 관람하고 현대 한옥의 운치도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ICPS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