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스토리텔링] 구호가 아닌 연구로서 증명하는 독도 영유권

『한국의 독도주권과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도시환 편)

고현정 시민기자 승인 2024.03.14 13:18 의견 0

◇ 독도 없는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의 미스테리

전 세계를 피로 얼룩지게 만들었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을 비롯한 48개 연합국과 패전국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전쟁에 대한 책임을 청산하기 위한 조약을 체결했는데, 그것이 바로 1951년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입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미국을 위시한 자유 진영과 소련을 위시한 공산 진영의 대립이 극명해지면서 냉전의 시기가 오고야 말았는데요. 이 때문에 징벌의 성격이어야 했던 샌프란스시코강화조약은 반공의 분위기에 힘입어 결국 '관대한 강화조약'이 되버렸고 전범국인 일본은 오히려 최대 수혜국이 되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이것은 영토 문제에 대해서도 큰 빌미를 남겼는데, 샌프란시스코조약 5차 초안까지 독도가 한국령으로 표기되어 있었지만, 제6차 초안에서 일본령으로 바뀌었고, 최종 조약문에 가서는 독도는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채 생략되었던 것이죠.

이것은 현재까지도 독도가 일본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국제법학계의 주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 국제법학자들은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을 '권원' 즉, 법률상의 근거로 신봉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일본 국제법학계의 관점을 다시 법리적으로 반박하고 나선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국내 유일의 독도 전문 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박지향)이 펴낸 책입니다. 사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펴낸 독도 연구서는 많이 있고 그 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을 다룬 것도 이미 있었습니다만, 이번 책은 좀 다릅니다.

날것 그대로의 일본 논리 VS 한국 논리

제1부는 "한국의 독도주권과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의 국제법적 쟁점"으로 도시환, 서인원, 조규현 등 한국의 내로라 하는 독도 전문가들이 집필을 했지만 누군가는 우리끼리의 잔치로 생각할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2부는 "한일 학자 간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관련 국제법적 논쟁"이라 하여 쓰카모토 다카시(塚本孝)와 정갑용의 설전이 펼쳐지고 있는 점은 매우 놀랍습니다. 물론, 둘다 학자이기 때문에 날선 대화가 아닐 뿐 논문의 형식으로 반박과 재반박이 거듭되고 있지요.

여기에서 독자들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논리(쓰카모토 다카시)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고, 또 그에 대해 효과적으로 반박하는 한국측 논리(정갑용)를 비교해보며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쟁점이 되는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SCAPIN(연합국최고사령관각서) 677호와 1033호, 카이로선언 등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게 되는 것이죠.

오히려 책의 2부를 먼저 읽고 1부를 읽는다면, 한국측 연구자들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얼마나 깊이있게 잘 반박하고 있는지를 더 잘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일본의 독도 침탈은 일본의 제국주의, 식민주의와 결코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느낍니다. 한국의 독립을 처음으로 천명했던 '카이로 선언'에서 일본은 “폭력 및 탐욕으로 빼앗은 일체의 지역으로부터 물러나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 책의 편찬책임자인 도시환 재단 독도실장 역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논리가 이 '폭력과 탐욕'에서 결코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독도는 우리땅"을 외치고 전광판에 광고를 내거는 것만으로는 세계인들의 인식을 바꾸고, 그들의 논리를 깰 수 없는 것이죠. 앞으로도 더욱 더 빈틈없이 치밀하고 탄탄한 연구를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실에 기대해 봅니다.

(총 531쪽,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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