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와 같이 찾이오는 봄의 전령들
요즘은 SNS를 통해 매화 개화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시기를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도 SNS에서 정보를 통해 오늘이 아니면 올해도 놓칠 것 같아 새벽바람을 가르며 구례로 향했다.
호남은 봄이 가장 빨리 찾아오는 곳이다. 겨울의 끝을 알리고 봄을 재촉하는 꽃이라면 매화를 빼놓을 수 없죠. 수많은 매화중에서도 호남의 5매(梅)를 소개해 본다.
장성 백양사 고불매(古佛梅),
순천 선암사 선암매(仙巖梅),
구례 화엄사 흑매(黑梅),
담양 지실마을 계당매(溪堂梅),
광주 전남대 대명매((大明梅) 순서는 구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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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 백양사 고불매(古佛梅)
장성 백양사 고불매(古佛梅)는 수령 350년 역사의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홍매 나무로, 2007년 10월 8일 천연기념물 제486호로 지정되었다. 매년 3월 말경에는 연분홍빛 꽃을 만개하며, 아름다운 꽃 색깔과 은은한 향기로 산사의 정취를 더한다.
천년고찰 백양사 고불매(출처: 한국학술정보(주))
1700년경부터 백양사 스님들은 옛 사찰 앞뜰에 매화나무를 심고 가꾸어 왔다. 1863년 사찰을 현재 위치로 이전할 때 홍매와 백매 한 그루씩 옮겨 심었으나 백매는 고사(枯死)하고 홍매 한 그루만 남았다. 1947년 백양사 고불총림을 결성하면서 부처님의 원래 가르침을 기리라는 뜻으로 '고불매(古佛梅)'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 순천 선암사 선암매(仙巖梅)
선암사 경내 선암매(출처: 한국학술정보(주))
순천 선암사 선암매(仙巖梅)는 수령이 무려 350~650년에 역사의 오래된 백매 향기 가득한 50여 그루로 이루어졌다. 경내 원통전 각황전 돌담길을 따라 운수암으로 오르는 길에, 주로 종정원(宗正院) 돌담길에 있는 이들 매화나무를 가리켜 선암사 선암매(仙巖梅)라고 부른다. 2007년 11월 26일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되었으며, 봄철에는 만개한 백매가 장관을 이루는 아름다운 장소다. 경내 이곳저곳에 널리 분포하여 자라고 있는 매화나무들은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이 피는 봄철에 특히 그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매화를 보기 위해 선암사를 찾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선암사의 매화는 3월에서 4월에 걸쳐 피는데 3월 말경에 만개한다.
■ 구례 화엄사 흑매(黑梅)
원통전과 나한전 사이에서 촬영한 흑매
구례 화엄사 흑매(黑梅)는 화엄사 경내 각황전 옆에 있는 홍매. 각황전(覺皇殿) 옆 장륙전이 있던 자리에 조선 시대 숙종 때 각황전을 중건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계파선사(桂波禪師)가 홍매화를 심었다. 이 나무를 장륙화(丈六花)라고도 하며, 다른 홍매화보다 꽃 색깔이 검붉어서 흑매화(黑梅花)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매화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진홍색 매화여서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홍매화’라고 불러 왔다. 이 홍매화는 해마다 봄이 되면 가지가지 잔뜩 진홍색 매화를 피어 올려 각황전을 돋보이게 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흑매를 앵글에 담아가려는 이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비에 젖은 흑매에 빠저버린 이 사진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그도 그럴 것이 “화엄사 홍매화 들매화 사진 콘테스트”가 진행중이다.
▶행사기간 : 3월 11일(토)~26일(일) 16일간, 촬영시간 07:00~17:00
▶참여방법 : 화엄사 홈페이지에 업로드
▶수상작발표 : 4월 3일(월) 10시, 화엄사 홈페이지와 BBS 불교방송 07시 뉴스
▶시상식 : 5월 27일(토) 부처님 오신 날 10시 각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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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바람을 가르고 모여든 전국에 사진작가들 자리잡기에 여념이 없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들매화로 불리는 화엄매다. 구층암을 지나 고목에 들매화가 세월을 가르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비록 흑매를 보다 들매를 보면 보잘것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의 고초로 큰 수술자국이 선명해 보이지만 이 또한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있다. 화려하고 수려함은 덜하지만 나름 수줍은 얼굴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아름다움은 어디에 비추어도 뒤처지진 않는다.
■ 담양 지실마을 계당매(溪堂梅)
담양 지실마을 계당매(출처: 한국학술정보(주))
담양 지실마을 계당매(溪堂梅)는 송강 정철의 넷째 아들이 지은 한옥 계당 터에 있는 세 그루의 매화나무를 말한다. 백매, 홍매, 옥매가 시냇가에 나란히 자라고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했지만, 지난해 가뭄과 관리 소홀로 인해 고사 상태에 이르렀다. 현재 순천 매화 전문가 농장에서 보호하고 있지만, 회복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계당매는 시든 아름다움을 간직한 매화나무다.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으로 계당매가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한다. 계당매가 다시 만개하는 날을 기다리며, 우리 모두 문화유산 보호의 중요성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 광주 전남대 대명매((大明梅)
전남대학교 교내에 있는 대명매
전남대학교 구내에는 수령 400년, 나무높이 5.5m의 매화나무가 한 그루 있다. ‘대명매(大明梅)’라고 불리는 이 나무는 수형이 잘 다듬어져 있으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그 옆에는 수령 200년, 높이 5.5m의 매화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있다.
고재천 학장의 11대 조상인 임진왜란 의병장 고경명 장군의 손자인 고부천(高傅川)이 1621년(당시 44세) 주문사 서장관(奏聞使 書狀官)으로 명나라 북경(北京)에 갔을 때 희종황제(熹宗皇帝)로부터 홍매화를 증정받아 이를 고향인 담양군 창평면 유촌리에 식재한 후 ‘대명매(大明梅)’라고 명명하고 재배하여 오던 나무다.
매화곷이 이렇게 예쁜꽃인줄 처음 알았다.
담양에서 자라던 대명매는 1961년 10월 17일 전남대학교 농과대학 고재천 학장(박사)이 이를 전남대학교 농과대학에 기증하여, 농과대학 구내로 옮겨졌다가 1976년에 현재의 대강당 앞자리로 다시 옮겼다. 현재는 개교 70주년을 맞아 2022년 3월, 모든 전남대인의 사랑을 담아 이 나무를 “전남대 홍매”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제부터 "전남대 홍매" 불러다오
■ 호남 5매를 넘어, 보존과 사랑이 필요한 매화들
호남 5매(담양 계당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순천 선암사 선암매, 고흥 소록도 수양매, 화엄사 홍매)는 오랜 역사와 아름다움을 지닌 매화나무로, 우리 문화유산의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이 외에도 수많은 매화가 존재하며, 안타깝게도 많은 곳에서 보존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소록도 중앙공원의 수양매는 정확한 수령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되었으며, 고사 상태에 놓여 있다. 2008년 소록대교 개통 이후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이미 손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처럼 오래되고 건강상태를 육안으로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유산들은 국가유산 지킴이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유무형의 유산들이 하나하나 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