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 느낌) 115 대보름날

흔들리며 명시조 감상 57

김명호 전문위원 승인 2024.05.21 09:07 의견 0

대보름날

송규정*

강물에 빠진 달빛

너무나 맑고 고와

외로운 방랑자는

그 빛을 건져 올려

겨우내

굳은 영혼을

해말갛게 씻겼네

(출처: 송규정 시조집 『관람가 신춘극장』)

시조는 문학으로 분리되기 전엔 음악이었다. 시조에 가락을 붙여 노래로 부른 것이 가곡, 가사, 시조인데 이를 묶어 정가라는 이름으로 통칭하는데 그 정가를 부르시고 교육도 하시는 송규정 시조 시인님의 <한국문학상 수상 기념 시조집 『관람가 신춘극장』 > 에서 시조한수를 감상해본다.

대보름날은 통상 정월대보름이거나 팔월대보름을 말한다.

풍성한 가을을 기리는 분위기? 아니면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봄을 맞이하는 분위기? 종장을 음미하여보니 아무래도 가을이 아닌 봄 분위기로 다가온다. 강물에 빠진 달빛을 걷어 올리는 석양 분위기를 풍기는 낭만 방랑자가 맑고 고운 달빛으로 겨우내 굳은 영혼을 맑게, 해말갛게 정화한 것이다. 언뜻 보면 수동적으로 당하는 논리이지만 음미할수록 오히려 반전의 묘미가 나온다. 적극적으로 오염을 털어내는 외로운 방랑자 즉 낭만 방랑자로 귀결되며 대보름달의 맑고 고운 청정 빛을 그냥 허투루 보내지 않고 닫힌 마음을 열어 향후 더 이상 외로운 낭만자가 아님을 눈치채게 드러내고 있다. 미당 선생의 동천(冬天)이란 시와 오버랩 되는 분위기가 난다. 초승달 대신 대보름달, 즈믄밤 대신 바로 건진 달빛…. 간단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보라는, 왜, 수수께끼 같은 의미를 밝혀보라는 물음을 나에게 훅 던져준다. 초장, 중장 종장의 역할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전개하고 맺고 멋지게 풀어 펼친다. 정격에 하나도 벗어나지 않고 문학이 아닌 노래로 하여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 리듬감이 느껴진다. 간단하면서도 전혀 간단하지 않은 시조로 다가온다.

*송규정: 시인, 문인화작가, 대구예술전국대회 정가 일반부 대상, 국악강사 등

출처: /pixabay.com

글 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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