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식 칼럼] 세계 최고(最古) 목판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미국인쇄역사협회의 인쇄 연표 수정
세계 인쇄 역사를 다시 쓰다
문귀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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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3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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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2022년에 미국인쇄역사협회(American Printing History Association)에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공인본이 1239년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현전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사실을 제보하여 인쇄 연표를 수정하게 한 바 있다. 필자가 오랜 기간 조사하고 연구하여 발표한 영문 논문 4편과 국내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여러 편을 제공하고 문화재청 (현 국가유산청)의 해당 웹사이트 정보(아직까지는 고려시대 목판인쇄본으로 기재되어 있음)를 제공하여 인쇄 연표를 수정하게 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필자의 연구 논문과 미국인쇄역사협회가 제공하는 인쇄 연표를 바탕으로 여러 단체와 기관에서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공인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1377년에 인쇄된 『직지』보다 138년 빠른 시기인 1239년에 고려에서 인쇄된 현전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소개하기 시작하였다. 『직지』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1455년경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구텐베르그의 42행 성서보다는 무려 2세기 이상 (정확하게는 216년) 앞선 시기에 이룬 인쇄 기술 혁명의 쾌거였다. 『직지』와 더불어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공인본까지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인정되어 지금으로부터 약 800년 전 우리 선조들의 최첨단 기술을 소개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1966년 경주 불국사 석가탑의 사리함을 노린 도굴로 석가탑이 손상되어 붕괴를 방지하기 위하여 긴급하게 유지, 보수를 위하여 해체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석가탑 2층에서 사리구와 함께 발견되었다. 과거에는 불교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불국사 성보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복제본을 전시하고 있다. 너비 약 6.7cm에 전체 길이 648cm인 두루마리에 1행 8-9자씩 경문이 적혀있다.발견 당시 두루마리 중간까지 부식되고 산화되어 알아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발굴 후 20여 년 사이 부식이 심해져 1988년에서 1989년 사이에 대대적으로 보수하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우리나라 사학계에서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제작 시기를 대략 704-751년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그 근거는 산스크리트어로 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처음 중국에서 한자로 번역한 때가 704년이고 석가탑은 751년부터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경우, 제작 연도와 제작자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과 중국에서는 자기 나라에서 제작한 것으로 주장하기도 하여 국제적 공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는 대부분의 인쇄 연표에서 세계최고 인쇄물로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이 소장하고 있는 868년에 제작된 Diamond Sutra (금강경)을 소개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에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이미지와 각종 연구자료를 미국인쇄역사협회에 제공하여 742-751 사이에 목판으로 인쇄된 현전하는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본으로 인쇄 연표에 등재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필자가 제공한 자료를 심의하여 그 타당성이 인정되어 2024년 5월 28일 자로 인쇄 연표가 수정되었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현전하는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이라는 설명과 함께 연표에 실리게 되면서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868년에 제작된 Diamond Sutra에 따라붙던 세계 최고의 인쇄물이라는 수식어가 사라지게 되었다. 앞으로 많은 기관에서 이 연표의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인쇄 기술에 관한 정보를 수정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문: https://printinghistory.org/tim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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