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창건 설화를 지닌 고찰(古刹)

만어사(萬魚寺)를 찾아서

장창표 논설위원 승인 2024.06.25 21:07 | 최종 수정 2024.06.25 21:38 의견 21

‘만어사’ 하면 언뜻 생각나는 것으로, 일만 마리의 물고기와 밀양 3대 신비의 하나로 두드리면 맑은 쇳소리 난다는 경석(磬石)이다. 밀양시 삼랑진읍 만어산(670m)에 있는 만어사(萬魚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의 말사로 신비한 창건 설화(說話)를 간직한 고찰이다. 창건 이후 신라 시대에는 왕들이 불공을 올리는 장소로 이용되었으며, 고려 중기 1180년(명종 10)에 건립된 아담한 만어사삼층석탑(萬魚寺三層石塔, 보물)이 있다.

대웅전과 삼층석탑

만어사 창건(創建)과 관련해서는 2가지 이야기가 전해 오는데, 가락국 수로왕이 서기 46년에 창건했다는 삼국유사(三國遺事)의 기록과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및 택리지(擇里志)에서 전하는 이야기이다.

삼국유사 탑상편(塔像篇) 어산불영(魚山佛影) 조에서 전하는 내용은 이렇다.

「만어산은 자성산(慈成山) 또는 아야사산(阿耶斯山)이라고도 했는데, 그 이웃에는 아라국(阿羅國)이라는 나라가 있어, 옛날 하늘로부터 알(卵)이 해변으로 내려와 사람이 되어 다스린 이가 수로왕(首露王)이다. 그 당시에 나라 안에 옥지(玉池)라는 연못이 있었는데, 그 못 속에는 악독한 독룡(毒龍)이 살았다. 만어산에는 다섯 명의 나찰녀(羅刹女, 불교에서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가 있어 서로 왕래하고 교접(交接)하기 때문에 자주 번개가 치고 비가 내려 4년 동안이나 오곡(五穀)이 잘되지 않았다. 왕의 주문(呪文)에도 금할 수 없어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설법을 청하였더니, 부처님이 여섯 비구(比丘)와 일만의 천인을 데리고 와 나찰녀들에게 설법을 가르치고, 오계(五戒)를 받고서 그 폐해가 없어졌다. 이때 동해의 어룡(魚龍)들이 만어산으로 모여들었고. 수로왕은 부처님의 은덕(恩德)에 감사하며 이곳에 만어사를 창건했다.」

이 설화(說話)는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 된 때(고구려 소수림왕 372년)보다 3세기 이전을 배경으로 하였는데, 금관성파사석탑(金官城婆娑石塔) 이야기에서도 이 탑을 허황후(許皇后)가 올 때 배에 싣고 왔으나 금관국(金官國)에 아직 불법이 없어서 받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으로 볼 때,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먼 한참 후대에 만든 이야기인 것 같다.

한편, 동국여지승람 및 택리지에 수록된 만어사 창건에 관한 내용이다.

「옛날 동해 용왕의 아들이 목숨이 다한 것을 알고 목숨의 연장(延長)을 위하여 낙동강 건너에 있는 무척산(無隻山, 703m)의 신통한 스님을 찾아가 새로 살 곳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스님은 용왕의 아들에게 손으로 가리키며 이 길로 가다가 멈추는 곳이 인연(因緣)이 있는 곳이라며 길을 알려 주었다. 왕자는 스님의 길 안내대로 가는데, 왕자의 뒤로 수많은 고기떼가 뒤를 따랐다. 그리하여 왕자는 이곳 만어사에 이르러 길을 멈추었다. 그 뒤 왕자는 큰 미륵 돌로 변했으며, 왕자를 따르던 수많은 물고기는 크고 작은 돌로 변해버렸다. 이렇게 바위가 된 왕자를 미륵으로 숭상하며 미륵바위를 보호할 전각을 짓고, 미륵전(彌勒殿)이라 부르게 되었다.」

현재 미륵전 안에는 5m 정도 높이의 큰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를 용왕의 아들이 변하여 된 미륵바위라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이곳 미륵바위에 동전을 붙이면 한가지 소원이 이뤄진다는 말이 전해져 지금도 많은 사람이 동전을 붙이곤 한다.

미륵전 안의 미륵바위

삼국유사 어산불영(魚山佛影) 조에는 “멀리서 보면 나타나고 가까이에서 보면 사라지는 부처(佛陀) 형상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게 미륵전 전경이다.”라는 기록이 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알 수 없으나 이런 게 미륵불 입상(立像)을 일컫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편, 부처의 형상이 비친다는 미륵바위 아래에는 해간수(海看水)라는 조그만 바위샘 하나가 있는데, 이 샘은 부처님께서 가사(袈裟)를 빨던 자리라고 전해져 온다. 심한 가뭄에도 물이 줄어들지 않으며, 또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넘치지 않고 다만, 동해의 밀물과 썰물의 차가 심한 매월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약 3〜5cm의 수위(水位) 변동이 있다고 한다.

미륵전 아래쪽에 수많은 돌이 첩첩이 쌓여있는 너덜을 ‘어산불영(魚山佛影)’ 또는 ‘만어석(萬魚石)’이라 부르는데, 이 바위들은 물고기들의 화신(化身)이라고 한다. 그 많은 돌 중에 어떤 것들은 두드리면 맑은 쇳소리가 나기 때문에 ‘만어사 경석(磬石)’이라 하여 밀양 3대 신비의 하나가 되었다.

만어산 경석

만어사는 비록 밀양의 작은 사찰에 불과하지만, 재미있는 창건 설화가 있고, 신기한 경석에다 아름다운 운해(雲海)와 숨겨진 영화 촬영지 등으로 많은 볼거리를 지닌 천년 고찰이다. 특히, 만어사 어산불영 너덜 주변의 이른 아침은 옅은 구름이 아래쪽까지 뻗어 그 풍광(風光)이 정말 일품이다. 이런 ‘만어사 운해’는 밀양 8경의 하나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만어산 암괴류(岩塊流)’와 함께 새로운 밀양의 관광명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주변에는 삼랑진 양수발전소를 비롯하여 작원관지, 작원잔도, 후조창비석군(後漕倉碑石群), 오우정(五友亭), 급수탑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K-헤리티지 뉴스 논설위원 장창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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