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위기에서 구한 3대 성씨—풍산류씨 류성룡, 덕수이씨 이순신, 풍천임씨 사명대사 유정—그 중 사명대사의 형 응기(應箕)공의 후손들이 울산에 모여 숭조와 호국의 뜻을 기리는 전통 유교식 제향을 올렸다.
2025년 4월 6일(일), 울산광역시 남구 무거2동에 위치한 풍천임씨 문중 재실 옥현재(玉峴齋)에서 춘계향사가 유교의식에 따라 경건하게 봉행됐다.
이날 제향은 사명대사의 증조부 임효곤(任孝崑)공과, 형 응기공의 5세손인 서천군수 임민지공의 위패를 모시고 진행됐다.
이번 향사는 풍천임씨 울산종친회 주관 아래, 종손 임홍석 씨가 초헌관, 울산종친회장 임상빈 씨가 아헌관, 중앙종친회 부회장이자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부회장인 임인식 씨가 종헌관을 맡아 제례의 정통을 지켰다.
보령에서부터 참석한 중앙종친회와 보령시 종친들, 울산종친회 원로 및 후손 등 40여 명의 종중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해 선조의 위업을 기리고 문중의 화합을 다졌다.
제향이 거행된 옥현재(玉峴齋)는 풍천임씨가 울산에 정착한 후손들의 숭조 공간으로, 사명대사의 형 응기공의 후손 서천군수 민지공이 울산에 처음 입향한 것을 기념해 25년 전 마련되었다. 문중에서는 이곳을 중심으로 유교의 예를 지키며, 호국과 애민정신을 후대에 전하고 있다.
울산 옥현재는 현존하는 전국 풍천임씨 재실 중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며, 그 건축미와 역사적 상징성에서 기와에 풍천(豐川)을 새겨 넣는등 문중은 물론 지역 사회에서도 소중히 여겨지고 있다.
사명대사 유정(惟政)은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49세의 나이로 승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한 인물로, 이후 일본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만나 3,500여 명의 포로를 귀환시키는 외교적 성과도 남긴 조선 후기의 절신(節臣)이자 애국승이다.
그 집안에 내려진 교지는 총 7점으로, 사명대사 본인뿐 아니라 아버지 임수성, 어머니 달성서씨, 증조부 임효곤 등에게 내려진 문서들이 밀양 표충사에 보존되어 있으며, 이는 1990년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69호로 지정된 바 있다.
특히 이번 향사를 통해 사명대사의 형 응기공 가문의 후손들이 지금껏 감춰졌던 집안의 역사와 유산을 다시금 드러내며, 풍천임씨의 자긍심과 국가를 위한 기여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또한, 서천군수풍천임공(舒川郡守 豐川任公) 묘갈명(墓碣銘)은 임혁백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아버님 ‘경주선생안’을 찾아낸 임운식(任雲植) (전 경주향교 전교, 김천부시장) 족손이 지은 것으로 되어 있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한편, 사명대사의 고조부인 고려정승 임향(任珦)공에 대한 인물 평전도 준비 중이다. 풍천임씨 문중은 보령시와 협력하여 역사 전문가들과 함께 학술행사 및 연구를 통해 사명대사 가문의 숨은 행적과 외교사적 가치를 조명할 예정이다.
울산에서 시작된 이번 제향은 단순한 문중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국의 호국정신, 유교문화, 그리고 일제강점기 이전의 외교사에 대한 재조명과 정체성 복원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깊은 울림을 남긴 행사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