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여 개의 조명이 만드는 빛의 향연

밀양 트윈(Twin) 터널을 찾아서

장창표 논설위원 승인 2024.07.21 08:07 의견 13

밀양의 여름철은 이색 볼거리가 많아 특별하다. 여름철에 얼음이 어는 얼음골(천연기념물)을 비롯하여 해발 1,000m 이상의 수려(秀麗)한 산들이 모인 영남알프스와 이곳을 연결하는 얼음골케이블카, 두드리면 쇳소리가 나는 만어사 경석(천연기념물), 시원한 폭포가 있는 석골사와 구만산, 표충사의 소나무 숲과 맑은 계곡, 우리나라 연극의 새로운 메카로 떠 오르고 있는 여름 공연예술축제 등 밀양의 여름은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이 가득해 여름철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새로운 여름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간직한 터널이 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7월 말, 연일 수은주가 30도 이상을 웃도는 가운데도 1년 365일 내내 15〜18도의 시원함을 유지하고 있는 밀양의 이색 명소(名所)가 바로 트윈 터널이다. 이곳 터널을 들어서면 1억여 개의 조명이 만드는 아름다운 빛의 향연(饗宴)과 예쁜 조형물들이 시원한 터널 속에서 방문객을 반긴다. 밀양 트윈 터널은 최근 입소문을 타고 밀양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찾게 되는 필수 코스가 되었지만, 아직도 이 신비한 장소를 모르는 분들도 의외로 많다.

밖은 3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이지만, 터널 안은 아이들은 가벼운 겉옷을 하나 걸쳐야 할 정도로 서늘한 온도라 짜릿한 대조(對照)를 이룬다. 예쁜 불빛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동화 나라의 주인공이 된 착각에 빠져든다. 터널 안은 완전히 별천지(別天地)이다. 벽면과 천장을 가득 메운 형형색색 전구들이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마치 별빛이 흐르는 은하수를 건너는 기분으로, 어른이고 아이건 할 것 없이 탄성(嘆聲)을 지르며 빛의 황홀경에 빠져든다. 예쁜 추억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900여 m의 긴 터널이지만 지루함을 느낄 틈도 없이 계속 새로운 불빛들과 신기한 공간들이 사람들은 유혹(誘惑)한다.

트윈 터널 입구

2017년 6월 밀양시 삼랑진읍 삼랑진로 537-11(미전리 1026-4) 일원에 개장한 밀양 트윈 터널은 옛 경부선 철도 터널로 1903년 8월에 착공하여 1903년 11월에 개통한 우리나라 근현대사 100여 년의 애환(哀歡)을 담고 있는 옛 무흘산 터널이다. 기차가 바쁘게 오갔던 이 터널도 2004년 KTX가 신설되고 경부선 철로의 직선화 사업으로 철로로서의 용도(用途)가 다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옛날 이 터널에서 도깨비불을 봤다는 소문도, 이곳에서 빛나는 돌을 주우면 큰 행운(幸運)이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갈 즈음에 이 터널은 국내 최초로 ‘캐릭터 빛의 테마파크’로 탈바꿈하였다.

기차가 드나들던 어두컴컴한 터널이 2017년 반짝이는 빛의 터널로 거듭난 것이다. 상행 457m, 하행 443m 터널을 이은 형태도 독특하다. 두 터널의 쌍둥이 같은 모습에 ‘트윈(Twin) 터널’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 터널은 인근 만어사의 전설과 세간에 떠도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빛의 파노라마 세계이다.

총길이 900여 m 규모의 밀양 트윈 터널은 LED 조명 등 1억여 개의 화려한 빛으로 상상동물, 독룡군단, 물고기군단, 메카닉 등 약 100여 종의 캐릭터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으며, 조명들은 매년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다.

트윈 터널 내뷰 조명

특히, 이 터널은 1년 내내 평균 15〜18도의 기온으로 여름철에는 시원한 피서지(避暑地)로, 겨울철에는 따뜻한 관광지로 우천과 눈에도 터널 내부의 다양한 볼거리와 휴식 및 편의 공간이 조성되어 외부 기상환경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여기에 다른 일반 터널과 달리 다양하고 예쁜 케릭터가 함께 하고 있어 가족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폐선(廢線)이 된 터널은 대부분이 와인터널로 만들어져 비슷한 유형의 관광지로 개발되었지만, 밀양 트윈 터널은 다양한 캐릭터와 이야기가 담긴 독특한 공간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밀양 트윈 터널의 운영 시간은 평일에는 오전 10시 30분〜오후 7시 00분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10시 30분〜오후 8시 00분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체험료 별도)가 있다. 차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편의점과 휴게시설, 푸드트럭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여름휴가를 맞아 주말, 주중 등 다양한 이벤트로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밀양 트윈 터널 관계자는 “1년 365일 내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 터널은 언제나 이용객들이 편의는 물론, 아름다운 추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도록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매일 정성을 다해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소중한 가족과 연인, 이웃들이 즐겁게 찾고 사랑받을 수 있는 명품 테마 관광지로 거듭나 지역발전에도 일조하는 명소가 되겠다”라고 밝혔다.

이곳 트윈 터널 주변에는 천년고찰 만어사와 부은사, 임진왜란의 결전지 작원관(지)과 옛 영남대로의 흔적인 작원잔도, 삼랑진 양수발전소, 낙동강 철교, 후조창 비석군, 오우정, 뒷 기미길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K-헤리티지 뉴스 논설위원 장창표

ICPS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