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목 시민기자
승인
2024.07.31 13:34
의견
0
사회사적 연구 방법론에 입각한 재실의 다양한 존재 양상과 그 유형에 대한 탐구.
이 책은 시조에서 5대 조상까지를 기리기 위한 예제(禮制)의 일환인 재실이 출현하게 된 예학적·철학적 차원의 배경과 토대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에서 출발하여, 전근대시기 사회에서 이 추모·제향 공간이 취 했던 다양한 존재 양상들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를 시도하였다. 물론 그 이면에는 고문헌에 준하는 재실 관련 자료들 일체를 대상으로 하여 새로운 연구 방법론인 사회사적 접근법에 힘입은 바가 컸다. 그리하여 이 책은 건축학과 조경학적 연구 범위에 한정되었던 기존 논의의 틀을 완전히 초극한 차원에서, 과거 재실이 상당히 다양한 유형으로 분화된 양상을 취한 채 존속해 왔다는 사실을 새롭게 규명해 내게 되었다. 일개 면面 단위의 건물들을 표본으로 설정한 본서에서 선보인 미시적 차원에서의 실험적 성격을 띤 금번 연구가, 차후로 전국에 산재한 숱한 재실들을 대상으로 한 거시적 차원에서의 통합적 연구를 추동하기 위한 의미 있는 촉매제로 발효하기를 기대해 본다.
재실의 기문(記文)과 족보·세보 및 판상시·주련·액호 양식에 내재된 기의(記意, 시니피에, signifié) 해독을 통한 전면적 수준에서의 문화적 고증 작업 이 책은 재실 건물의 구조를 입체적인 평면도로 재구성해 내는 기존 건축학적·조경학적 차원의 연구 성과를 과감히 양도하는 대신에, 전국 경향 각지에서 바야흐로 빛바래고 허물기 시작한 유교적 추모 공간에 인문·사회과학적인 훈기와 생동감 을 불어넣게 됨으로써, 사람 냄새가 가득했던 지난날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복원해 내는 결실로 인도하는 유의미한 하나의 징검돌로 가설되기를 기대한다.
이에 이 책은 입체 미학을 초극한 차원에서 영접됨직한 전근대시기 유교적 추모·제향 공간에 대한 전 방위적인 문화적 고증 작업을 위한 초유의 실험에 돌입하게 되었다.
김종수 지음, 크라운변형판, 양장, 296쪽
ICPS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