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서의 복간을 허하라! 서태평양의 항해자들(Argonauts of the Western Pacific) 복간
- 해양문화학자이자 국립해양박물관장을 지낸 주강현박사 특별 추천도서 -페이스북-
김용목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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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9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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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오래 읽혀야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 아무리 명저라도 절판되면 그걸로 끝이다. 지난해 전남대 인류학과 최협교수와 술자리에서 '왜 말리노프스키 책을 다시 안찍냐'고 물은 적이 있다. 출판사를 옮겨서 마침내 복간되었다. 이 책의 복간에 관한 소감
1.본디 전남대출판부 출간. 중고서점에서 몇십만원에 거래되었다. 대학출판부 역할이 명저를 내야하는데 기간된 책도 절판되면 끝이다. 알량한 상업성을 따지는 대학출판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역자는 "인류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감안했을 때,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의 번역본 출간은 어찌 보면 한국인류학계가 풀어야할 숙제와도 같았다. 그동안 이 책의 번역에 쉽게 착수하지 못한 이유는 책의 내용이 방대하고, 난삽한 전문용어와 원주민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 등이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그에 못지않게 상업성 따지는 한국출판의 엄혹한 현실도 이런 고전 출간을 저해하는데 한몫한다고 본다..
2. 번역자 최협교수는 인류학을 정통으로 공부한 학자다. 인문번역이 대체로 번역가 손으로 나오는데 이런 고전은 전공자가 하는 것이 옳다. 전문가의 교주와 해설을 수반한 번역의 좋은 예가 이 책이다. 번역에 무려 10년 이상이 걸렸단다. "어느 학문이던지 기초가 튼튼해야 하고, 그 기초는 고전을 읽는 데서 출발한다는 명제는 아직도 유효한 것이다"는 역자의 주장에 당연히 백프로 동의한다.
3.이 책은 인류학의 고전반열에 올라있다. 우리 독서 풍토에서 고전은 제목만 알지 실제로는 안읽는 풍토이다. 이런 고전이 왜 소중할까. 옛 책이므로 시각에 대한 비판이 당연히 존재하며, 진화론적 유럽중심사고도 불편하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민족지학의 목표, 원주민 견해를 이해하는 일을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이 섬들에게 가면 자동차가 다니고 옛 흔적은 흔적일 뿐이다. 이러한 민족지학의 효용성은 시대가 흐를 수록 더 가치가 빛난다. 가령 19세기에 유럽인이 기록한 조선의 기록은 그 시각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중하다.
4. 폴란드 출생의 브로니스라브 말리노브스키Bronislaw Malinowski(1884-1942)는 20세기 인류학의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가족><야만인의 성생활>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 <야만사회의 범죄와 관습><야만사회의 성과 억압> 등을 펴냈다. '영국의 사회인류학은 파푸아 뉴기니 북쪽 산호섬인 트로브리안드섬에서 시작되었다'는 명제가 있다. 그만큼 그의 조사와 업적이 기념비적이라는 뜻이다.
역자의 해설(어떤 경우에도 전문 역자의 해설을 능가하는 경우는 없으리라)“인류학에서의 모든 중요한 이론적 주제들, 예컨대 가족의 본질, 성적 개방과 사춘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뿌리, 친족호칭의 의미, 주술의 논리, 법과 질서의 근원, 신화의 해석, 의례의 기능, 경제적 활동의 사회적 의미 등과 관련된 쟁점들이 말리노브스키의 민족지학적 자료와 결부되어 논의되어져왔던 것이다. 특히 『서태평양의 항해자들』에서는 쿨라Kula로 알려진 의례적 교환체계, 그리고 그에 관련된 주술체계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쿨라는 인간의 경제활동이 단순히 개개인의 물질적 욕망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트로브리안드에서 말리노브스키가 관찰한 인간의 경제행위는 물질적인 교환과 소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형성해주는 하나의 매개수단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페이스북의 '일반 독자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대목일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고전이 어렵다. 실제로 읽어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서사로 그득 차있다. 이 책의 복간을 축하하며, 가만 생각해보니 남 축하하기 전에 내 책도 복간을 서둘러야한다. 오래전 펴낸 <적도의 침묵>은 절판 상태다. 이 역시 태평양 마이크로네시아의 민족지적 보고. 당연히 상업성이 별로 없다. 이 책의 복간을 지켜보며 내 책의 미래를 고민해본다. 어쨌든 최협교수, 그리고 박현수교수 두 인류학자,하와이대의 구해근교수님까지 다시 소주 출간파티를 기다리며.......
기자 注 -중고책방에서 500,000원 하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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