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신륵사 삼층석탑(보물 제 1296호)
통일신라시대의 무구정탑
원영혜 전문기자
승인
2024.11.27 08:05
의견
0
제천 신륵사 삼층석탑은 충북지역에서는 흔치 않은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무구정탑이지만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다.
신륵사는 582년(진평왕 4)에 창건되었으며,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중수하고 조선 시대 때 무학대사와 사명선사가 중창하였다고 전하지만 이를 증명할 정확한 기록은 없다. 신륵사 삼층석탑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기단부, 탑신부, 상륜부 등이 완전한 전형적인 석탑이다. 여러 장의 판석을 쌓아 지대석을 조성하였고, 그 위에 상층·하층의 기단부를 두었다. 상륜부는 끝 부분인 수연과 용차가 파손되었지만 나머지 부분은 완전하게 남아 있다.
상륜부에는 노반, 복발, 보륜, 이중 기단에 3층 탑신을 올린 신라 석탑의 전형 양식을 계승하고 있으나 갑석에 부연이 없는 점 때문에 그동안 고려 전기의 탑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양식적으로 볼 때 통일 신라 후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기단은 각 면의 모서리와 가운데에 기둥 모양을 하나씩 본떠 새겼고, 탑신에서도 역시 몸돌의 모서리마다 기둥 모양의 조각을 두었다. 지붕돌은 밑면의 받침수가 층마다 4단이며, 빗물을 받는 낙수면은 경사를 약하게 두었고, 네 귀퉁이에서 약간씩 치켜 올려진 상태이다. 꼭대기에는 머리장식으로 노반, 복발, 앙화, 보륜, 보개(寶蓋:지붕모양의 장식) 등이 올려져 있으며, 머리장식부의 무게중심을 지탱하기 위한 찰주가 뾰족하게 꽂혀 있다.
이처럼 머리장식이 잘 남아있는 예는 드문 편이며, 각 부재를 만든 솜씨도 세련되어 보인다.
이 석탑은 기단부와 탑신부, 상륜부가 거의 파손되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다. 각 층의 탑신석은 비율이 적절하게 줄어들고 있어서, 상승감이 있다. 상륜부까지 남은 석탑의 예는 매우 드문 편이고 단아한 기풍을 띤다.
신륵사 삼층석탑 상층기단부에 매납되어 있던 토제소탑과 금동사리함은 이 탑이『무구정경』에 의거하여 조성된 무구정탑임을 말해준다. 신라하대에는 전문적인 승려가 다라니작단법 등 무구정탑 조성 의례를 집전하였다. 따라서 신륵사지 삼층석탑의 매납품은 원상을 잃었지만, 같은 시기 다른 무구정탑의 사리장엄구처럼 금동사리함을 중심으로그 주위에 토제소탑이 에워싸고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토제소탑 안에 다라니를 넣지 않고 따로 서사해서 사리장엄구와 함께 안치했을 것이다. 정통의 공양방식과 달리 토제소탑을 108기 제작한 것은 다양한 발원내용을 한꺼번에 실현할 수 있는 정각을 이루어 모든 번뇌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되었다고 이해된다. 신륵사 삼층석탑출토 토제소탑과 금동사리함은 왕실발원작에 비해 재료, 제작기술 등품질 면에서 현격한 수준 차이를 보인다. 이런 양식적 특징을 감안할때 제천지역의 향도들이 주도한 결사를 통해서 조성되었다고 추정된다. 이런 신륵사지 삼층석탑과 매납품의 고찰을 통해 통일신라시대 무구정탑의 조성과 신앙에 대한 시각을 보다 넓힐 수 있다.
원영혜 전문기자
ICPS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