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할망과 제주신화』

김용목 전문기자 승인 2024.12.28 10:31 의견 0


제주 창세의 여신 “설문대할망”은 한라산과 360여 개 오름의 형성과 전승에 대한 증거이다.

<설문대할망> 이야기는 제주의 한라산과 오름이 형성된 배경을 말해 주는 설화로, 제주 전도에 걸쳐 전승되고 있으며, 다양한 이야기 구성을 지니고 있고, 여러 가지 증거물이 남아 있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주는 이야기다. 천지창조 뒤에 나타나는 지형형성의 신화로 볼 수 있으며, 남성신화가 나타나기 전의 여성신화이다. 대단한 생산력을 지닌 여성신으로서의 설문대할망은 제주의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설문대할망> 이야기는 따듯한 인간애를 드러내는 신화이면서 제주인의 소망을 담은 미래지향적 이야기라 하겠다.

억압과 멸시 속에서 명맥을 유지하던 제주 무속도 이젠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다. 심방(무당)의 숫자도 줄어들고, 단골(신앙민)도 60~70대 이상이 전부이고, 신당도 폐당이 되어 간다. 무속 의 중요성을 가르치지 않았던 학교 교육 탓에 대부분의 제주사람들은 전통문화의 가치를 돌아보지 않는다. 근대가 파탄 지경인데 아직도 근대정신을 추종하면서 그 앞 시대(고대와 중세)를 전근대라고 몰아세우면서 척결을 주장하면 안 된다. 근대가 아름다운 점이 있는 만큼 고대와 중세에도 아름다운 점이 있다. 그 전근대적이라 하는 무속 속에 민족의 전통문화가 고갱이처럼 앉아 있다. 근대를 극복하고 탈근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하려면 전근대와 근대의 가치를 모두 합하여 긍정적 요소들을 새롭게 추출해야 한다.

허남춘 지음, 크라운변형판, 양장, 3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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