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칠용 (사)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이 평생 처음으로 찾은 성주사지(聖住寺址), 그러나 그곳은 낯선 공간이 아니었다. 공예 문화예술계의 거목이 선(禪)의 본산을 밟으며 깊은 깨달음에 이르렀다. 충남 보령의 천년 고찰, 구산선문(九山禪門)의 대가람(大伽藍) 앞에서, 그는 공예(工藝)를 넘어 영혼의 조형을 경험했다.
보령석장 고석산(高石山)의 초청으로 열린 한국석조각예술인협회(이사장 이수희)의 2025년 정기총회를 앞두고 하루 먼저 도착한 그는, 성주사지에서 뜻밖의 깨달음을 마주했다. 그곳에는 국보 대낭혜화상탑비(大朗慧和尙塔碑)와 오층석탑(五層石塔), 삼층석탑(三層石塔) 등 선의 향기를 품은 유적들이 그를 맞이했다.
처음 마주한 신라 시대의 석탑 앞에서 그는 전율을 느꼈다. 공예예술가로 살아온 세월을 넘어, 선(禪)의 심오한 세계가 그의 내면을 두드렸다.
이날 성주사지 답사는 보령국가유산지킴이 봉사단의 임인식 부회장(사단법인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부회장)의 안내로 이루어졌다. 임 부회장은 보령의 국가유산을 보호하고 알리는 데 앞장서며, 성주사지의 역사적 가치와 미래 비전을 설명했다. 그의 안내를 통해 성주사지는 단순한 유적지가 아닌, 선(禪)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불탑에 깃든 화두, 성주사에서의 현현(顯現) 은 그의 눈앞에서 석탑이 단순한 조형이 아닌 선(禪)의 상징으로 다가왔다. 무염(無染) 스님의 자취가 아른거리고, 민중의 열망이 담긴 선종(禪宗)의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순간, 그곳이 단순한 옛 절터가 아니라, 자신의 예술적 혼과 맞닿는 공간임을 깨달았다.
이칠용 회장은 핸드폰을 들어 그 순간을 기록하려 했으나 정신이 혼미하고 손끝이 떨렸다. 선(禪)의 현현이었을까? 동행자의 말처럼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거짓말 같던 말이 사진 속에 또렷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성주사지와의 깊은 인연이자 그의 예술적 길을 비추는 깨달음의 빛이었다.
끽다거(喫茶去), 예술과 선(禪)의 합일 일까?
조주(趙州) 종심(從諗) 선사가 남긴 “끽다거(喫茶去)”라는 화두처럼, 이칠용 회장의 예술세계는 단순한 기교를 넘어 깊은 정신의 수행과 맞닿아 있었다. 공예가 단순한 조형이 아닌 수행의 길이며, 도공(陶工)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작품이 바로 수행의 결과임을 그는 성주사지에서 체험했다.
공예는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참선(參禪), 선의 경지에서 태어난 예술이다. 그리고 성주사지에서의 이 깨달음은 그에게 앞으로의 공예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선(禪)의 세계가 그러하듯, 공예 또한 형상 속에 무한한 의미를 담는다. 이제 그는 성주사지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한국 공예문화예술의 길을 새롭게 조형할 것이다.
보령 성주사지(保寧 聖住寺址), 천년의 숨결 속에서
충청남도 보령시 성주면에 위치한 성주사지는 백제 시대부터 이어져 온 선종의 중심지로, 국보와 보물이 가득한 신성한 터이다.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이후 절터만 남았지만, 그곳에 깃든 불법(佛法)의 향기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 대낭혜화상의 업적을 기리는 탑비와 석탑들은 천 년을 이어온 법맥(法脈)의 증거이며, 찾는 이들에게 깊은 깨달음을 선사한다.
이칠용 회장의 성주사지 방문은 단순한 유적 탐방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禪)과 공예의 만남이었으며, 천 년의 숨결 속에서 새로운 예술의 길을 찾는 순간이었다. 그의 발걸음이 머문 그곳에서, 한국 공예예술의 미래가 다시금 빛을 발할 것이다.
성주사지의 미래 – 글로벌 관광 1억 명 시대를 향하여
보령국가유산지킴이 봉사단과 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는 성주사지를 보령의 대표적 문화유산이자 글로벌 명소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성주사지는 천년의 역사와 선종의 깊이를 간직한 곳으로, 향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선(禪)과 예술, 그리고 문화유산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 1억 명 관광 시대를 대비하여 성주사지는 역사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체험형 관광지로 거듭나야 한다. 이칠용 회장이 성주사지에서 느낀 깊은 영감과 깨달음이, 앞으로 더 많은 예술가들과 방문객들에게 전해져 성주사지가 세계적인 명소로 빛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