燒身(소신)한 고운사 전각

윤명철

그 절.

그 僧.

그 날.

그 밤.

전각 뒤 몸 숨긴 소쩌귀

法 치는 목탁

비비는 손바닥서 떨어지는 업장들

선방 창호지 뚫는 죽비

그믐 날 寅시 하늘 태우는 별똥들

남 몰래 묻고 온 사연들.

그 소리들.

두루 두루 모여드는

칠흑

전각 대청마루 바닥.

선 졸음기 접지한

결과부좌한 등짝들

까맣게 내리치는

선승

烏竹 소리.

도량석 도는 행자승

'지심귀명례' 에 섞여

산 절

묵은 때

파르라니 깍아 내던.

그 절.

그 날 들.

이제

그 숱한 인연들 다 끌어안고

소신하네.

인간들이 불 붙여

타오른 산불에

산과 한 몸 돼

묵묵히

법신공양하네.

300 년 묵은 기와장들

녹청 이끼로 살린

무수한 세월의 인연들

재티로 승천하네.

번뇌.

執도 着도

業마져도

뉜지 모르는 불 질에

無 되버리네.

彼도 此도 아닌

執도 脫도 아닌

그렇다고

間이 아닌걸

알아가는

즈음.

그 절.

그 날.

그 마음들까지.

잿티로 날려

사그라지며

절명 내지르네.

妙.

아. 고은사가 회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