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고루성 赤 기와편에 핀 白 민들레

윤명철

반 뼘 채 못된

붉은 기와조각 들고

한 숨

분다.

저 멀리

만주.

고향 떠나 와

귀환 못한 채

영영

여기

임진강 황토밭 된

병사들 넋에다.

그 너른 땅들 헤갈하다

들려 온,

듣고 온 고구려를

담아 와

깊게 우려낸

그리움 땜에.

때때로

볼거리처럼 애간장 태우며

굳는 심장

손 바닥 들어 내리 치면서

파랑 숨 뽑아 냈는데.

봄 날.

성벽 틈에 박힌

격자 문신 기와 조각 찾아들고 서야

큰 숨

확 확

내 뿜는다.

얼음기 풀린 호로하 여울물 소리에

섞여

민들레 한 송이로

새하얗게 핀다.

금 간 틈 뚫고

솟아.

물놀이야.

봄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