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 느낌]110 팔일간의 축제

흔들리며 명시조 감상 55

김명호 전문위원 승인 2024.03.29 07:23 | 최종 수정 2024.03.29 09:22 의견 0

팔일간의 축제*

해월 채현병**

(서序-1) 정조원행 正祖園幸1

을묘년* 이월 구일 묘시卯時를 맞이하매

어마님 모시옵고 원행園幸을 행行하셨다

아 벌써 이백이십칠 년 긴 세월이 흘렀다

*乙卯년: 1795년 윤2월 9일 卯(새벽 5~7시) 正祖大王의 園幸이 시작되다.

*園幸: 園(세자 혹은 후궁의 묘)에 가는 임금의 거둥(行, 행차).

<중략>

<첫째 날 –2> 혜경궁惠慶宮 관광觀光

붉은 옷 입은 여관 좌우로 벌려서니

황금빛 치장 안에 혜경궁惠慶宮 계오시네

눈빛이 저리 맑으니 우러르지 않으리

*惠慶宮: 惠慶宮洪氏.慈宮.

<중략>

(첫째 날 -4) 마중 나온 백성들

원행園幸길 마중 가니 행렬이 수십 리요

행길에 나서보니 발 디딜 틈도 없다

국밥집 막걸릿잔도 춘광*春光속을 노닌다

*春光: 봄철의 볕이나 경치.

팔일간의 축제는 [[ <<원행을묘정리의궤 園幸乙卯整理儀軌>>에 기록된 정조대왕 반차도에 따르면 조선 22대 왕 정조가 어머니 경의왕후(敬懿王后;혜경궁 홍씨)의 환갑을 기념하여 아버지 장헌세자(莊獻世子;사도세자)가 묻힌 화성 현륭원(顯隆園)으로 행차하는 모습]] 8일간의 기록을 문학적인 시조로 엮은 시조연가집이다.

팔일간의 축제에는 정조대왕 행차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33편의 시조가 연가로 묶여 마치 영화를 보듯 행차 전 과정을 조감할 수 있도록 연계하여 편집되어 있다.

1795년 2월 9일 새벽녁에 정조대왕이 어머님 헤경궁홍씨를 모시고 경복궁을 출발한 사실과 헤경궁 홍씨의 모습, 길가에 수없이 늘어선 구경나온 백성들의 모습을 복음(성경)을 기록하듯이 정밀하게그리고 눈으로 보는 듯이 상상력을 자극하게 노래하였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러한 서사는 호흡이 길어야 하며 보통 역량으로는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특히 자유분망한 자유시가 아닌 엄격한 정형률을 요구하는 시조의 정격을 유지하면서 긴 서사를 일관성 있게 엮은 이러한 작품은 현재 우리나라 시조의 높은 수준을 말하는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시조가 저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외부의 문화적 영향에도 우리정서를 비교적 온전히 보존하고 있는 시조는 차세대 K-SOUL로서 진정한 K-CULTURE의 모습으로 세계인들이 애호할 것이다.

**해월 채현병 : 전 사단법인 한국시조협회 이사장, 서예가, 가곡이수자, 서예및 문학상 다수 수상
* 세 번에 나누어서 소개

사진 김명호

글 사진 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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