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유성룡의 『경자년 대통력』(노승석 해독)이 발굴되어 문화재청에서 이를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래 『대통력』은 명나라의 역법으로 태사원사(太史院使) 유기(劉基)의 『무신대통력(戊申大統曆)』과 누각 박사(漏刻博士) 원통(元統)의 『대통력법통궤(大統曆法通軌)』 2종이 있다. 『무신대통력』은 1368년부터 시행되었는데, 유기가 이를 명 태조에게 올린 데서 비롯하였고, 『대통력법통궤』는 1384년 원통이 『수시력』의 내용을 수정하여 『대통력법통궤』로 명명한 데서 비롯하였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공민왕 때 1374년 성준득(成准得)에 의해 유입되었는데, 1370년(경술) 5월 명나라 황제가 상보사승(尙寶司丞) 설사(偰斯)를 보내어 공민왕을 정식으로 고려 국왕으로 책봉하면서 유기의 『대통력』 1권을 하사하고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성준득이 귀국할 때 가져왔다. 그후 조선에서 수정보완판으로 여러 종이 간행되었고 이것이 배포됨에 따라 유성룡의 집안에 전해지게 되었다.
현존하는 유성룡의 『대통력』은 조선 예조의 관상감(觀象監)에서 간행한 책력으로 문벌 가문 중에 가장 오래되어 귀중본으로 분류된다. 현재 안동 하회 풍산류씨 충효당에 『대통력』8책이 소장되어 있다. 갑오·병신·정유·무술본에는 임진왜란 중에 발생한 주요 사건과 유성룡이 이순신의 휘하들을 만난 내용이 적혀 있다. 특히 정유재란 시기에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직에서 파직된 내용과 노량해전 이후 이순신의 죽음을 애도한 시가 있다.
『경자년 대통력』에는 약 4천여 자되는 비망기록이 초서로 작성되어 있는데, 1년 12개월 중 203일치의 기록이다. 특히 이순신의 전사기록과 그당시 유성룡의 활동상황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이 적혀 있다. 해당 날짜의 여백에 날씨와 하루 일과, 유성룡과 관계된 여러 인물이 왕래한 내용, 병증과 한약 처방이 적혀있다. 특기할 내용은 주서(朱書)로 적었다. 월별 주요 기사는 『서애집』「서애선생연보」 내용과 일치하고, 유성룡과 관련된 새로운 내용들이 다수 적혀 있다.
(정)극기(克己)가 또 말하기를, “당초 여해(汝諧)가 고금도(古今島)에 있을 때 내가 논핵을 받아 파직된 것을 듣고 (목놓아) 크게 탄식하기를 ‘시국 일이 한결같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인가’라고 하였다. 이로부터 매번 배안에 있을 때는 맑은 물을 떠놓고 (다짐하였다) … 전쟁하는 날에 직접 시석(矢石)을 무릅쓰자, 부장(副將)들이 간언하여 만류하기를 ‘대장께서 스스로 가벼이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여해는 듣지 않고) 직접 출전하여 전쟁을 독려하다가 이윽고 날아온 탄환을 맞고 전사하였 다.”고 하였다. 아아! (슬프다)
이 내용은 유성룡이 매제인 정극기(鄭克己)를 통해 이순신의 전사 사실을 전해들은 것을 별도로 적은 것이다. 1598년 11월 19일 이순신은 직접 북채를 잡고 먼저 올라가 왜군을 추격하며 죽이다가 적의 포병들이 배꼬리에 엎드린 채 일제히 쏜 탄환을 맞았다. 이순신이 전사한 후에 선조가 이순신의 공적을 인정하여 현창하려는 조정의 여론에 부응하여 유성룡도 이순신의 전사 상황을 그 표지에 적어두고 경자년 1년 내내 보면서 그의 전공을 되새기며 거울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 이순신은 고금도에 주둔했을 때 유성룡의 파직소식을 듣고 탄식하고, 왜교성전투 이후 해상을 지키는 이순신은 배안에 있을 때마다 맑은 물을 떠놓고 청렴을 다짐하며 남다른 각오를 하였다. 노량해전에서 휘하 부장들이 이순신에게 간언하여 진두지휘하는 것을 만류하며 “대장께서 스스로 가벼이 해서는 안됩니다.”라고 설득했지만, 이순신은 끝내 부하들의 말을 듣지 않고, 직접 나가 전쟁을 독려하다가 날아온 탄환을 맞고 전사하였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경자년 대통력』 표지의 글귀는 오직 이순신이 결사적인 각오로 싸우다가 전사했다는 뜻으로 작성되어 전사설에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되어줄 것이다.
참고 :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지 56권 제2호 <신자료 경자년 대통력에 관한 고증연구>논문(필자)
글 : 노승석
동국대 여해연구소 학술위원장
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자문위원(난중일기)
역서 : 『신완역 난중일기 교주본』, 『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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