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 느낌] 131 그믐달

등마루가 휘었다

김명호 전문위원 승인 2024.07.05 05:57 의견 0

그믐달

동호 구충회*

세월을 갉아먹다

등마루가 휘었다

심박동 뛰던 시절

홍안은 어디 갔나!

빛바랜

그대의 얼굴

창백해서 시리다

(출처: 『미네르바의 연가』 동회 구충회 제3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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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이면 달이 안 보인다. 달은 시간이고 세월이다. 어느덧 한주기가 다하여 형상이 사라졌다. 신앙과 같은 믿음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요. 때로는 희미하게나마 보일 때도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은 믿음이요 혜안이다. 동호 선생님 이번 시집 제목 자체가 ‘혜안의 사랑’(미네르바는 지혜의 여신 - 로마신화)이다.

인생으로 말하면 등이 굽은 노옹이 되었다. 만사에 가슴 뛰던 홍안의 청춘 이제 젊음도 가고 사랑하는 이의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을 보며 그믐달을 연상한다. 늙음을, 세월의 무상함을 형상화하는데 이렇게 적절하고 완벽한 성과는 없을 것이다.

그믐달에 대한 산문을 찾아봤다.

“나는 그믐달을 몹시 사랑한다. 그믐달은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 버리는 초승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려는 독부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 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와 같이 애절하고 애절한 맛이 있다.”- 나도향, <그믐달> 중에서

*동호 구충회: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시조시인 수필가, 전분당중앙고등학교교장, 전경기도교육청 장학사 세게전통시인협회부이사장, 한국시조협회대은문학상등 다수
노을빛수채화 등 시조집 3집, 바른 언어생활등 저서, 안민영의 작품세게연구등 논문 다수

사진 : ai 김명호

글 사진 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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