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장사를 찾다.

역사의 숨결 속으로.....

채수 전문위원 승인 2024.08.16 12:36 의견 0
어사박문수가 과거시험보러 갈 때 하룻밤 보냈다는 나한전

대웅전 풍경소리

안성의 한적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고즈넉한 산자락에 자리잡은 칠장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사찰은 오랜 세월을 품고 있는 듯, 고요한 자연 속에 그 모습을 담담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늘, 나는 이곳에서 역사의 깊은 숨결을 느껴보고자 칠장사를 찾았습니다.

칠장사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공기는 맑고도 차분했습니다. 이곳이 단순한 사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저 오래된 나무와 고풍스러운 건축물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곳에는 인목왕후와 혜소국사의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사찰 안을 천천히 거닐며, 나는 인목왕후가 이곳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조선시대, 그녀는 광해군의 정치적 압박 속에서 이곳으로 유배되었고, 그 시절의 고통과 외로움을 견뎌냈습니다. 사찰의 오래된 전각들은 마치 그녀의 슬픔과 한을 담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녀가 이곳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지냈을지 상상해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또한, 칠장사는 혜소국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고려시대에 이르러 혜소국사는 이곳에서 불법을 전파하며 칠장사를 중흥시켰습니다. 그의 가르침은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사찰은 당시 불교의 중요한 중심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혜소국사의 발자취를 따라 사찰 구석구석을 둘러보니, 그의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사찰 뒤편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걸으며, 나는 과거와 현재가 이곳에서 하나로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천천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그리고 고요한 사찰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마음 깊은 곳에 평화를 안겨줍니다. 이곳에서 인목왕후와 혜소국사가 남긴 발자취를 되새기며, 그들이 느꼈을 법한 고뇌와 깨달음을 조용히 떠올려 봅니다.

칠장사는 단순한 불교 사찰이 아닙니다. 이곳은 한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장소입니다. 인목왕후의 비극적인 삶과 혜소국사의 깊은 가르침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나는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그 무게를 마음속에 새겼습니다. 오늘의 방문은 나에게 한국의 역사와 불교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선사해 주었고, 다시금 이곳을 찾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칠현산 아래에서 바라본 칠장사

칠장사를 떠나며, 나는 고요한 산속에 묻혀 있는 이 사찰이 오랫동안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역사적 의미를 전해주기를 바라봅니다. 시간은 흘러가도, 이곳의 이야기들은 여전히 살아 숨쉬며 우리 곁에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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