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박경리의 작품세계를 엿보다

토지완간 30주년 기념 "토지를 쓰던 세월"전시

by 김지연 시민기자 승인 2024.09.10 13:24 의견 0

서울시 돈의문박물관마을 ‘삼대가옥’에서 <토지를 쓰던 세월>전이 열린다. <토지>는 1969년 집필을 시작하여 1994년 전 5부 16권으로 끝맺은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이다.


드라마로도 여러 차례 제작되어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한국인의 필독서이기도 하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토지> 완간 30주년을 맞아 박경리의 삶과 작품 세계, 토지 속 한국 역사와 인물 관계도 등 격동의 근대사를 다양하게 조명해 볼 수 있다.


다산북스와 토지문화재단의 협력으로 개최하는 이 전시는 토지 속 일가처럼 3대가 함께 살았던 돈의문박물관 ‘삼대가옥’ 1층과 2층에서 펼쳐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대하소설 <토지>는 360만 권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고,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일어로 모두 번역이 되었다.

모든 문학작품이 그렇지만 <토지>도 오랜 산통 끝에 나왔다. 박경리 작가는 전쟁통에 남편과 아들을 잃었고, 사위 김지하는 옥고를 치렀다.

작가는 <토지>집필 중 유방암에 걸려 오른쪽 가슴 절제했다. 그는 “행복했더라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의 배경이 된 경남 하동의 최참판댁 사랑방

한국인들의 <토지> 혹은 작가 박경리에 대한 사랑이 어느 정도냐면 토지의 배경이 된 경남 하동에 박경리 문학관이 있고,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인 통영에도 박경리 기념관이 있다. 또한 강원도 원주에도 박경리 선생의 토지 문학공원이 있는데 선생이 1980년부터 사셨다고 한다.

방안을 가득 채운 200자 원고지들. 작가의 토지 원고를 인쇄한 설치작업이다.



여러 작품 중 <일본산고>도 눈에 들어왔다.

본인을 철두철미한 반일주의자라고 한 박경리 작가는 일찍이 일본의 속성을 파악하고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일본을 이웃으로 둔 것은 우리 민족의 불운이었다. 일본이 이웃에 폐를 끼치는 한 우리는 민족주의자일 수 밖에 없다. 피해를 주지 않을 때 우리는 민족을 떠나 인간으로서 인류로서 손을 잡을 것이며 민족주의도 필요 없게 된다."

-일본산고 본문 중-


이날 휴일을 맞아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마을을 방문했다.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같은 획일적인 주거 형태에서 나고 자란 요즘 아이들에겐 이런 옛 집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런 것도 없애버리면 1960~80년대 서울 보통 사람들의 주거환경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서울시는 경희궁을 복원한다는 명목 하에 서울역사박물관을 이전하고 돈의문마을박물관을 철거할 계획을 발표했다.

2017년 조성된 박물관마을은 서대문구 돈의동의 옛 주택가를 살려 1960~1980년대의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다.

체험존도 많아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이 곳을 밀어버리고 공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선왕조의 흔적을 살리기 위해 기존에 있던 20세기 중후반의 건물들을 다 밀어내는 게 타당한걸까? 이런 식으로 하면 서울시내에 조선시대 궁궐과 21세기 건물만 남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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