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만 한국문화유산교육센터장
지난 3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의결되었다. 이 법안은 인구감소지역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생활인구를 확대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특례를 담고 있다. 이제 법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실질적인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해답 중 하나는 바로 지역의 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들은 대개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오래된 고택, 전통 마을, 역사적인 유적들은 그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유산이 국가나 지자체의 지정문화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방치되거나 훼손되며, 개발 논리에 밀려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문화유산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관광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숙박·체험·전시 등의 기능을 부여하면, 단순 방문객이 아닌 일정 기간 머무는 생활인구를 늘릴 수 있다. 또한,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지역 비즈니스가 형성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인구감소지역 지원 정책은 주로 정주 여건 개선이나 산업 유치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역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획일적인 개발 사업은 지속가능성이 낮다. 이제는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보존을 넘어 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오래된 건축물을 개조해 숙박시설이나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지역의 설화나 역사를 관광 콘텐츠로 개발하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사업이 지역주민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돌려줄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인구감소지역 지원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단순한 예산 지원을 넘어 지역이 가진 고유한 자산을 활용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핵심이 바로 문화유산이다.
과거에는 문화유산이 국가가 관리하는 보호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주민과 공동체가 함께 지키고 활용하는 ‘시민유산’의 개념이 필요하다. 주민이 직접 문화유산을 활용한 사업을 운영하고, 관광객과 생활인구가 증가하며, 이를 통해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문화유산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는 단순한 문화 보존을 넘어 지역 소멸을 막고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드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역을 살리는 자산’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