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통 공예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그 혼(魂)을 지켜온 이칠용(李七(龍) (사)한국공예예술가협회 회장이 충남 보령의 성주사지를 찾았다. 나전칠기 공예의 거장으로 반세기 넘게 한국 공예의 세계화를 위해 헌신한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문화유산과의 새로운 인연(因緣)을 맺으며 공예 철학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공예와 문화유산, 운명적 만남]

성주사지는 한국 불교의 중요한 요람이자, 백제와 신라의 문화가 공존하는 역사적 공간이다. 신라 말 선종(禪宗)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로 자리 잡았던 이곳은, 낭혜화상(朗慧和尙)의 가르침이 깃든 장소이기도 하다. 폐허가 되었지만 여전히 예술적 감각과 신비로운 기운이 살아 숨 쉬는 성주사지를 찾은 이칠용 회장은, 탑과 비석 앞에서 전율을 느꼈다고 전한다.

"이곳에 서는 순간,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장소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국보 대낭혜화상탑비와 5층 석탑, 그리고 3층 석탑들을 마주하는 순간, 공예의 길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정신의 계승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성주사지는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한국 공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깨워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공예일기 工藝日記》, 한국 공예의 나침반이 되다

이칠용 회장은 지난 50여 년간 공예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예술이라는 신념으로 살아왔다. 그는 조선의 《난중일기》가 국난 속에서 나라를 지킨 기록이라면, 자신의 《공예일기》는 사라져가는 공예 정신을 지키고 한국 공예의 세계화를 향한 지침서라고 말한다.

그가 젊은 시절 나전칠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서 성장하며 전통문화가 잊혀가는 현실을 목격한 그는, 한국 공예의 세계화를 목표로 삼았다. 1970년, 백골 전문 한미공예사를 창업하며 본격적으로 공예 인생을 시작한 그는 나전칠기의 정수를 복원하고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앞장섰다.

그의 공예 철학은 단순한 장인의 기술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공예를 ‘혼(魂)’이 깃든 예술로 여기며, 전통 공예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성주사지 방문은 그러한 신념을 더욱 굳건히 해준 계기가 되었다.

[문화유산에서 공예의 미래의 길(道)을 찾다.]

성주사지의 오래된 석탑과 탑비 앞에서 그는 불교 선승들의 철학과 공예가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을 경험했다. "공예는 결국 인간 정신의 표현입니다. 선종의 가르침이 그러하듯, 본질을 꿰뚫고 정신을 담아야 진정한 예술이 됩니다."

이날 성주사지 에서 촬영된 사진에는 마치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는 듯한 신비로운 장면이 담겼다. 동행했던 이들은 "마치 문화의 맥(脈)이 깨어나는 순간을 포착한 것 같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칠용 회장은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의 공예 철학을 더욱 깊이 있게 정리하고, 후대에게 한국 공예의 진정한 가치를 전수하는 데 힘쓸 것을 다짐했다.

[칠용(七龍)에서 구룡(九龍)으로 – 한국 공예의 미래를 꿈꾸다]

이칠용 회장은 자신의 이름 속 ‘칠용(七龍)’이 이제 ‘구룡(九龍)’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전통 공예가 단순한 장인의 손끝을 넘어 철학과 정신을 담은 예술로 승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가 성주사지에서 느낀 ‘혼의 울림’은 한국 공예가 나아갈 방향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다. 그는 앞으로 《공예일기》를 통해 공예의 미래를 조망하고,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공예는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이고, 문화이며, 정신입니다. 저는 남은 삶을 이 혼을 지키고 전하는 데 바치겠습니다."

이칠용 회장의 삶은 단순한 장인의 길이 아니라, 한국 공예 문화의 길을 열어가는 여정이다. 성주사지에서의 깨달음이 그의 공예 철학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온 만큼, 앞으로 《공예일기》가 대한민국 공예의 새로운 나침반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늘 어른들이 하신 말씀중 “지게 진 놈 벌어놓면, 갓(官) 쓴놈이 가져간다”는 옛말의 피해 의식에서 벗어나 천년의 숨결이 느끼는 예술의 혼이 곳 이칠용 회장을 통해 칠(七)에 칠(漆)더해 산수(傘壽)를 바라보며 구룡(九龍)이 뿜어내는 눈 빛으로 이칠용의 공예일기(工藝日記)는 대한민국의 여의주(如意珠)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