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대표 음식인 홍어는 겨울이 제철인 음식이지만, 홍어 애호가들은 여름철에도 홍어를 즐겨 먹기에 이에 기아문화재지킴이 스터디 팀은 홍어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나주 영산포 홍어 거리와 홍어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시식하면서 스터디 활동을 전개 했다. 내용은 홍어의 역사, 삭힌 홍어의 탄생 배경, 그리고 부위별 맛과 효능, 홍어에 얽힌 사연들을 알아보고 왔다.
⚫️ 홍어 냄새와 편견
전라도의 대표적인 음식인 홍어는 그 특이하고 강한 냄새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확실한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일본의 한 여행 정보 사이트에서 실시한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음식 냄새 강도 측정에서 홍어(skates 6,232Au)는 세계3대 발효음식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surstromming 8,070Au)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냄새가 강한 음식으로 선정되었다.
※ 앨러배스터 단위(Au) : 앨러배스터(Alabaster)라는 기계로 측정한 냄새의 수치를 표시하는 단위
실제로 홍어 한 조각의 냄새는 방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로 강력하며, 이는 홍어 냄새가 공중화장실의 냄새로 방을 채울 수 있다는 표현으로도 설명되곤 한다. 그리고 홍어는 때때로 혐오식품이나 지역 비하의 대상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편견과는 달리 영산포 홍어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영산포 홍어 이야기" 동영상https://youtu.be/wldTpdrztik?si=KhuI64dj7Z_LdxI-
⚫️ 홍어 이름의 유래
홍어는 넓게 퍼진 형태 때문에 넓은 ‘홍’자를 써서 ‘홍어’ 또는 굵은 속살을 갖고 있기에 붉은 ‘홍’자를 써서 ‘홍어’라고 불렸다고 한다.
홍어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음식으로 즐겨왔다. 조선 초기에는 홍어가 토산 곡물 품목으로 기록되어 있어 그 시기부터 이미 홍어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의 선비 이익은 홍어와 가오리의 생김새는 비슷하나 가오리에 비해 홍어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그 후, 조선시대의 실학자이자 생물학자인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되었을 때 저술한 '자산어보'에서는 지역에 따라 홍어의 기호가 다르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나주 인근 마을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어, 홍어의 삭힌 방식이 그 당시에도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홍어는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의 전통적인 음식, 특히 전라도 지역에서 사랑받아 왔다.
⚫️ 홍어 산지와 삭힌 홍어의 탄생 배경
홍어 하면, 예전에는 흑산도에서 많이 잡히고, 가공지는 바로 여기 영산포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흑산도 쪽보다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도 앞바다에서 홍어가 더 많이 잡히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홍어 하면 떠올리는 지역은 흑산도이고, 삭힌 홍어의 본고장은 바로 여기 나주 영산포가 맞는다고 본다.
이곳 영산포에서 삭힌 홍어를 처음 먹게 된 이유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반도의 섬과 해안 지역에 왜구들의 약탈로 주민들을 큰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조선 정부는 쇠환정책(刷還政策, 공도정책)을 펼쳤다. 이 정책은 섬 주민들을 더 안전한 육지로 강제로 이주시키는 것이었다. 그 중, 흑산도에서 많이 잡히던 홍어를 가지고 영산포 지역으로 이주하게 된 영산도 주민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동하는 동안 홍어가 자연스럽게 삭히게 되었고, 이렇게 삭힌 홍어를 먹어보니 독특한 맛이 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홍어를 삭히는 방식으로 먹는 문화가 탄생하게 되었고, 그 결과 오늘날의 홍어 요리가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내륙으로 이주한 흑산도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바닷길을 되짚어 흑산도 근처로 다시 나가 홍어를 잡은 뒤 다시 내륙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홍어가 삭혀지게 되어, 그때부터 삭힌 홍어를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결론적으로 공통된 내용은 흑산도에서 내륙으로 가는 과정에서 홍어가 자연적으로 숙성되었고, 그때부터 삭힌 홍어를 먹게 되었다는 얘기죠. 즉 홍어를 잡자마자 모두 일부러 삭혀버린 뒤 먹은 것이 아니라 의도치 않게 삭힌 홍어를 먹은 뒤부터 홍어를 먹게 되었다는얘기다.
⚫️ 홍어가 썩지 않고 삭혀지는 이유
홍어는 특별하게 그냥 두어도 썩지 않고 맛있게 숙성되는 특징이 있다. 이건 홍어가 가진 독특한 생태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물고기는 크게 뼈가 딱딱한 경골어류와 뼈가 물렁물렁한 연골어류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물고기 대부분은 경골어류에 속하고, 홍어는 연골어류에 속한다.
경골어류는 몸속의 물이 바다보다 덜 짜서, 그냥 있으면 몸속의 물이 다 빠져나가 버려서 쪼글쪼글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경골어류는 짠 바닷물을 마시고, 물은 몸에 넣고 염분은 배출시켜서 살아간다.
반면에 홍어나 상어 같은 연골어류는 혈액에 요소라는 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서, 몸속의 물 농도를 바닷물과 비슷하게 유지해서 살아간다고 한다. 홍어를 숙성할 때 이 요소들이 분해되어 암모니아가 생기는데, 이 암모니아가 부패 세균을 억제한다. 그래서 홍어의 살은 여러 가지 단백질 효소들이 반응해서 맛이 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홍어는 숙성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때문에 썩지 않고 삭혀지는 이유다.
⚫️ 홍어삼합의 유례와 홍탁
"홍어삼합"은 돼지고기, 묵은김치, 그리고 홍어를 함께 먹는 조합으로, 옛날 전라도에서는 잔치가 열릴 때마다 반드시 홍어를 제공해야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준비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주인은 홍어 준비를 좀처럼 선호하지 않았지만, 손님들이 홍어를 가장 좋아하는 까닭에 홍어를 준비했다. 손님은 그런 주인의 노고를 생각하여 홍어 한 가지만을 집어 먹지 않았고, 홍어를 집을 때, 옆에 놓여 있던 돼지고기와 김치도 함께 먹게 되었다. 이렇게 먹다 보니 이 조합이 맛있어서 "홍어삼합"이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맛있게 먹기 위해서 처음부터 “홍어삼합”으로 먹은 게 아니라 홍어만 먹기 미안해서 돼지고기와 김치도 함께 먹었는데, 이 맛이 환상이라 “홍어삼합”으로 먹게 되었다는 얘기다.
"홍탁"이라는 말은 홍어를 막걸리와 함께 즐기는 음식 조합을 가리킨다. 홍어의 강한 향은 막걸리의 부드럽고 쌉싸름한 맛과 잘 어울리며, 막걸리는 홍어의 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홍어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에게는 홍어와 막걸리를 함께 먹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이렇게 홍어와 막걸리를 함께 먹는 방식은 전라도의 전통적인 음식 문화의 한 부분이며,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조합이다.
⚫️ 홍어 부의별 맛
▪️홍어 애와 코
홍어 애 부위는 간과 내장 전부를 말하며 애를 생으로 먹는 생선은 홍어, 간자미 등 몇 안 되는 고기다. 그중에 홍어 애는 가장 맛있다. 홍어 애는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한 맛으로 애간장 녹이는 맛이라고도 한다.
홍어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코는 향이 가장 세고, 톡 쏘는 맛이 강하기 때문에 먹기가 쉽지 않아 홍어 입문자가 먹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위다.
▪️홍어 볼살과 몸통
볼살은 홍어 중에 가장 적은 부위로 한 마리에 딱 3~4점밖에 나오지 않고,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있다.
홍어 애탕으로도 많이 먹지만 몸통은 주로 삭혀서 회로 먹는다.
▪️홍어 날개와 꼬리, 아가미
살이 가장 많은 부위로 날개 부위는 씹는 식감이 오독오독하고, 꼬리는 주로 먹지 않고 버리는 지역이 많은데 가시가 있어 먹기 불편하다고 하지만, 잘게 다져낸 뒤 먹기도 한다. 그러나 꼬리 가시에 독성이 있을 수 있어 섭취시 주의해야 한다고한다.
아가미는 홍어 부위 중 가장 맛있는 살이라고도 하고 가장 빠르게 상하기 때문에 산지 아니면 먹기 힘든 부위다.
⚫️ "홍어 거시기"란 말의 유래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말은 사람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할 때 사용하는 표현인데, 이 말의 의미는 '홍어 거시기’처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라는 표현이다. 그럼 왜 ‘홍어 거시기’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할까요? 홍어 중에서 암컷은 크고 맛있어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반면, 수컷은 작고 맛이 별로라서 그다지 인기가 없어서 가격도 암컷에 비해 절반 밖에 안된다. 더욱이 수컷 홍어 꼬리 양쪽에 돌출된 거시기는 어떻게 요리해도 맛이 안 나고, 가시까지 붙어 있어서 다루다가 손을 다칠 수도 있어서 뱃사람들이나 상인들은 수컷 홍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홍어 거시기’는 중요한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잘려 나가는 게 일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허망하게 떼어져 버리는 수컷 홍어의 생식기를 빗대어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 홍어(삭힌 홍어) 효능 8가지
▪️피부 미용
홍어에는 다량의 콜라젠이 들어 있어 피부미용에 좋다. 콜라젠뿐 아니라 미네랄도 풍부해서 노화 방지와 주근깨 예방 주름 개선 등 피부를 건강하고 탱탱하게 해준다.
▪️혈관질환 예방
홍어의 살과 간에는 혈액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고불포화 지방산이 75%나 함유되어 있다. 또한 다양한 우라민산을 함유하고 있어 고혈압, 동맥경화, 뇌졸중 등 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면역력 강화
홍어의 가장 중요한 효능 중의 하나인데요.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홍어를 먹으면 코가 뻥 뚫린 듯싶고 감기도 뚝 떨어지는 것 같다. 특히 요즘 환절기에 홍어삼합 등 삭힌 홍어를 먹어주면 기관지의 기능을 향상하고 면역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체절음식으로 제격이다.
▪️위염 개선
홍어 효능 중 위염에 좋다는 것도 장점인데요. 홍어에는 위산을 중화시키고 위염을 억제하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산성 체질을 약알칼리성 체질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다이어트
홍어는 체중조절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데, 홍어에는 단백질 함량은 높고 지방함량은 낮아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좋다. 홍어를 발효시키면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물질을 흡수하기 좋은 펩타이드와 젤라틴으로 변하는 콜라젠이 비만과 노화 방지에 효과를 발휘한다.
▪️숙취 해소
홍어에는 베타인과 타우린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숙취 해소뿐 아니라 간의 해독과 기능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관절 건강
홍어 연골은 황산 콘드로틴과 칼슘이 풍부해 관절에 좋다고 합니다. 특히 황산 콘드로틴 성분이 뼈와 뼈 사이의 윤활유를 역류시켜 관절 노화를 늦추고 관절을 튼튼하게 해 준다.
⚫️ 홍어의 세계화
우리나라 말고 삭힌 홍어를 먹는 나라는 아이슬란드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23일에 전통적으로 '삭힌' 홍어를 구워 먹는 음식문화가 있다. 이처럼,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 끝에 있는 한국과 아이슬란드에서 각각 삭힌 홍어를 먹는 음식문화가 발달한 것은 신기한 일이다. 더불어 아이슬란드에서는 '학칼'이라는 발효 상어를 먹는 전통이 있다. 이 음식 역시 홍어와 유사하게 강한 향과 맛을 가지며, 아이슬란드의 상어 요리도 한국의 홍어와 마찬가지로 발효 과정을 거친다.
또한, 스칸디나비아 지역인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surstromming)이라는 발효 청어를 즐긴다. 이 음식도 마찬가지로 발효 과정을 거치며 강한 향을 가지게 되는데, 이는 홍어와 매우 유사한 과정이다. 따라서 홍어 자체를 먹는 나라는 한국과 아이슬란드가 있지만, 홍어와 비슷한 발효 과정을 거친 음식을 즐기는 나라는 세계 여러 곳에 분포하고 있다.
남도 대표 음식인 홍어 생산지 전남 신안군과 삭힌 홍어, 발효 식문화의 메카인 나주시가 업무 협약을 맺고 2023년 6월 12일에 '홍어 세계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기아문화재지킴이는 전라도의 대표 음식인 홍어의 세계화를 기대해 본다.
◆ 참고문헌
1. 일상생활정보, [고약한 냄새를가진 식품], 네이버 검색 자료, 2017.
2. 최혁, [전라도 역사이야기 '홍어와 영산포'],
남도일보, 2018.
3. 110세 건강정, [홍어효능 8가지 부작용, 숙성방..], 네어버 검색 자료, 2022.
4. 광주리포트, [‘홍어 세계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출사표],
네이버 블로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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