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프랑스의 세계유산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증강현실 특별전: 내 손으로 만나는 860년의 역사'

김지연 승인 2024.08.05 21:57 의견 0

대성당의 시대가 찾아왔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 년을 맞지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인간은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

-“대성당들의 시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프닝 가사 중에서-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을 각색한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감명깊게 본 분들에게 추천하고픈 특별전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안소니 퀸과 지나 롤로브리지다 주연의 추억의 영화 <노트르담의 꼽추>(1956)를 기억하는 중장년 층에게도 흥미로운 전시일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이 2024년 7월 2일부터 9월 1일까지 2층 기획전시실에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증강현실 특별전을 개최한다. 그간 다양한 특별전을 통해 국외 왕실문화유산을 소개해 온 국립고궁박물관이 세계유산인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Notre-Dame de Paris)의 역사를 통해 전 세계가 공유하는 문화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보고자 선 보인 것이다.

초기 고딕 건축의 걸작인 파리 노트르담대성당. 하늘에 더 가까이 가고 싶었던 중세인의 신앙심을 반영한다. 노트르담은 '우리의 귀부인'이란 뜻으로 성모 마리아에게 헌정하는 성당이란 뜻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전시물.

올해 12월 재개관을 앞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기념해 기획한 전시인데 서울 한복판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미리 만나는 흔치 않은 기회다. 이 전시는 프랑스 파리를 비롯 워싱턴, 런던, 상하이 등 전 세계 주요 도시 순회전을 열어 약 50만 명의 람객들을 동원했다고 한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서쪽을 장식한 스테인드글라스인 장미창 문양으로 꾸며진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안내 데스크에서 모든 관람객에게 '히스토패드'라는 태블릿을 하나씩 나눠준다.

히스토패드는 프랑스 테크 스타트업 히스토버리(Histovery)가 전시를 위해 개발한 것으로, 노트르담 대성당을 증강현실로 만날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히스토패드로 QR 코드 역할을 하는 '시간의 문'을 스캔하면 노트르담 대성당의 역사가 3D로 펼쳐진다.

대성당 꼭대기에 장식된 괴수 키메라 조각상. 『반지의 제왕』과 같은 판타지 소설에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대성당의 건축, 완공 및 성당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은 물론 2019년 화재로 인한 훼손과 5년 간의 복원 작업까지 860여 년에 걸친 대성당 역사를 시기별로 자세히 접할 수 있다.

고딕양식의 주요 구조물인 '플라잉 버트레스'를 처음 시도한 노트르담대성당. 건물 외벽에 아치형으로 버팀목을 만들어 세웠다. 국립고궁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 바닥을 재현한 카펫을 밟고 전시실을 누비면 대성당 종소리가 은은하게 귓가에 감돈다. 성당 안 파이프 오르간 소리도 재현하여 마치 성당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노트르담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물론 방문해 본 적이 없는 남녀노소 누구라도 게임하듯 실감나게 즐기면서 관람할 수 있는 전시다.

나폴레옹의 황제 대관식 장면을 그린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1808). 나폴레옹은 프랑스 왕실의 대관식 장소였던 랭스 대성당이 아닌 노트르담 대성당을 선택했다. 제국의 수도인 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국립고궁박물관.

거의 천 년의 세월을 견뎠지만 노트르담도 격동의 프랑스 근현대사 속에서 여러 차례 수난을 겪었다. 16~18세기는 대성당의 수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1548년 프랑스 칼뱅주의 신교도 위그노에 의해 훼손되었고, 1792년 프랑스 혁명기에는 성난 시민들의 공격을 받았다. 봉건제와 기득권층의 상징으로 여겨져 성당 보물이 약탈당했고 첨탑이 해체됐고 조각상들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

출입문 위의 스물 여덟 명의 유대인왕들. 프랑스 대혁명 때 왕으로 오인한 파리시민들이 파괴한 것을 복원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이후 창고와 헛간 등의 용도로 쓰이다 세월의 무게와 파리 시민들의 외면으로 교회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성당이 제 기능을 찾은 건 1831년 발표된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 덕분이었다. 이 소설의 인기로 인해 다 쓰러져 가던 성당을 살려야 한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복구 기금 조성이 활발해져 복원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유명하게 만든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의 주인공 콰지모도. 국립중앙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의 가장 큰 시련은 2019년 4월 15일 프랑스인들은 물론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대형 화재였을 것이다. 첨탑과 지붕이 무너지는 큰 손상을 입어 5년 넘게 복원 공사를 진행 중이다. 파리 관광의 간판급 문화재였던 탓이 한동안 파리를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허전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현지에서 보는 것보다 더 자세하고 몰입감 있게 성당의 구조는 물론 그곳을 빚었던 석공들과 인부들 그리고 화재 진압한 파리 소방대원들의 모습까지 만나볼 수 있다.전시 관람 중 히스토패드 가상 현실 속에 숨겨진 보물찾기를 완수하면 로레알코리아에서 후원하는 소정의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사실 노트르담 성당도 여러 차례 대대적인 보수가 이루어져 처음 지어지던 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도 각 시기별 특성과 흔적이 보태지고 여러 건축가의 상상력과 독창성이 보태져 13세기 처음 만들어 졌을 때보다 더 웅장하고 장엄한 분위기의 건물로 재탄생했다.

올해 말 새롭게 복원되어 세계인들 앞에 새롭게 선보일 노트르담 성당은 어떻게 재해석되어 시대정신을 반영할지 기대가 된다.

ICPS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