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단공원에서 배우는 독립투사들의 호국정신

제 79년 광복절 기념 <장충단 호국의 길-해설이 있는 야행> 참관기

by 김지연 시민기자 승인 2024.08.13 09:14 | 최종 수정 2024.08.13 09:48 의견 0
​​​야행길 시작에 앞서 대한제국 시절 만들어진 장충단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참가자들과 해설사들

6시가 훌쩍 넘었어도 여전히 30도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8월 12일. 서울 중구 장충단 공원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폭염에도 20여 명의 남녀노소가 모인 이유는 서울 중구청 문화관광과에서 마련한 제79주년 광복절 기념 <장충단 호국의 길-해설이 있는 야행>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2023년부터 시작된 광복절 기념 야행은 광복절이 있는 주 5일 동안 6시 30분부터 8시까지 해설사 동반 하에 <장충단 호국의 길> 도보 해설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세 명의 해설사가 도보객들을 각각 세 팀으로 나누어 장충단비→한국유림 독립운동 파리장서비→이준 열사 동상→이한응 열사비→유관순 열사 동상→3.1독립운동 기념탑을 도는 코스로 안내했다.

헤이그 특사였던 이준 열사의 동상 앞에서 설명하는 김종대 해설사

서울 각지에서 모인 프로그램 신청자들은 평소 장충동 하면 ‘족발’이나 ‘장충체육관’ 정도만 떠올랐다고 말했다. ‘장충단공원’을 아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대부분 이 곳이 무엇을 위해 조성된 공간인지 아무런 지식이나 사전 정보 없이 찾아왔다고 했다. 각 해설사들은 어린이 도보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해하기 쉽게 장충단 역사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장충단 공원의 수표교. 조선 세종 때 청계천에 놓인 다리였지만 1958년 청개천 복개공사로 현 위치로 이동했다.

“장충단은 조선시대에 도성수비와 방어를 맡던 서울 남쪽 수비병영이 있던 곳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이곳에 수영장과 롤러 스케이트장이 있어 어린이들의 천국이었습니다.” 선대부터 대대로 장충동 토박이로 살고있는 김종대 해설사는 유년 시절부터 장충단공원의 변천 과정을 목격했던 산 증인이기도 하다.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외솔 최현배 선생의 기념비. 장충단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에 세워져 있다.

장충단의 유래는 1895년 을미사변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조선의 지배를 노리던 일본은 반일세력의 핵심이자 러시아와의 연결고리였던 명성황후를 제거하기 위해 일본 낭인을 보내 경복궁 건청궁에서 무차별 살인을 저질렀다.

이 일로 한 나라 왕비가 시해되는 세계사에서 유래없는 참극이 벌어졌고 이를 저지하다가 많은 신하들이 순국했다. 1900년 고종은 이들의 충성을 기리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수구문(광희문) 안에 장충단(奬忠壇)이란 사당을 마련해 봄, 가을로 제사를 지내게 했다.

대한제국 시절 영국 주재 외교관이었다가 을사늑약을 막지 못한 한계를 느끼고 주영 공사관에서 자결한 이한응 열사의 추모비.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자 일본은 대한제국의 상징물들을 하나씩 제거해 갔는데 장충단도 1919년 훼철이 되었다. 그 자리에 안중근 의사의 총탄에 쓰러진 이토 히로부미를 위한 박문사라는 절을 짓고 벚꽃을 식재하고 일본식 공원을 조성했다. 그것도 모자라 상해사변 때 죽은 일본군 동상까지 세웠다.
해방이 되자 장충단 공원은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복원되고 박문사와 일본인 동상은 철거되었다. 1970년대에는 호국영령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대한제국 시대와 일제강점기 때 독립투사와 항일 단체를 기리는 동상과 기념비가 곳곳에 조성 되었다.

유관순 열사 동상 앞에서 만세를 부르는 참가자들

이날 무더위, 모기와 싸우며 끝까지 해설사의 설명을 듣던 신청자들은 광복절을 맞아 우리나라 독립에 힘썼던 독립투사들의 면모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귀가했다. 특히 부모와 참석한 아이들은 몰랐던 우리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해설사가 낸 문제를 맞추고 소정의 상품도 받았다. 참가자들은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진행해 준 해설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헤어졌다.

*<장충단 호국의 길> 도보해설 프로그램은 서울 중구청 홈페이지 문화관광과로 들어가서 "해설사와 함께하는 도보관광"에서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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