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 문화해설사들의 못말리는 학구열

중구 <정동한바퀴> 해설사들의 역량강화 프로그램 참관기

by 김지연 시민기자 승인 2024.08.15 14:26 의견 0
서울 중구청 소속 <정동한바퀴> 문화해설사들이 역사연구 모임 '우연회'를 만들어 자체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한낮 체감온도가 35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13일. 서울역사박물관에 서울 중구청 소속 정동 해설사 4명이 조선시대 역사 탐방을 위해 모였다.

도보 해설사들에게 7, 8월은 휴지기에 속한다. 야외 도보해설을 하기에는 혹서와 폭우 등 날씨 변수가 커서 이 기간에는 해설 신청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몇몇 해설사들은 자발적인 모임을 만들어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해 하반기에 더 좋은 해설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중구청 문화관광과 소속 정동한바퀴 해설사 5명은 상반기 중구청에서 주관하는 우수동아리 지원사업에 선발되어 지난 6월부터 사업비를 지급 받고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조선시대 서울 역사 해설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 서울역사박물관 로비에 모인 정동 해설사들과 관람객들

6, 7월에는 경복궁과 남산성곽길 탐방에 이어 8월 13일에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조선시대와 대한제국에 관한 해설을 들었다.

다섯 명의 해설사로 구성된 모임의 이름은 ‘우연회’. ‘우리가 몰랐던 역사 연구회’의 줄임말이다. 이들은 2015년부터 정동한바퀴 해설을 담당한 베테랑 해설사들이다.

중구청 문화관광과 산하의 ‘해설사와 함께하는 도보관광’ 프로그램은 <한양도성 남산구간>, <명동역사문화투어>, <남산기억로> 등 총 8코스로 나뉘어 있다. 그 중 <정동한바퀴>는 중구청에서 최초로 조성된, 가장 인기 많은 도보해설 프로그램이다.

지난 6월 경복궁 답사에 참여한 정동 해설사들

600년 정동의 역사는 조선 시대 건국기부터 대한제국시절,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가 켜켜이 새겨져 있다. 그 어떤 코스보다 밀도가 높고 중대한 역사적 사건들이 중첩된 현장이라 그야말로 노천역사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조선시대 역사는 물론 서구 제국주의 역사, 동아시아 근대사 등의 배경 지식이 필수다. 도보객들에게 양질의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가장 많이 공부를 해야하는 해설사들이 정동 구간 해설사들일지도 모른다.

이 날 해설사들은 서울역사박물관 문화해설사를 따라 다니며 조선 초기부터 대한제국시기까지의 설명을 들었다. 회원들 중 가장 연장자에 속하는 이승옥 해설사(60대)는 “중구에서 여러가지 봉사활동과 마을공동체 사업을 했는데 가장 보람 있는 활동이 문화해설사 일이었다”고 해설사일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했다. 임예숙 해설사(60대)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해설일을 하고 싶다”며 열의를 보였다.
회원 중 막내인 이연경 해설사(50대)는 “평소 궁과 박물관에 다니며 문화역사 해설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듣는다. 들으면 들을수록 한국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얻는다”고 얘기했다.

1시간 반에 걸친 서울역사박물관 해설 참관이 끝나고 일행들은 덕수궁 선원전터를 견학하기 위해 정동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삼복더위도 해설사들의 학구열을 꺾을 수는 없었다. 하반기 정동길에서 이들의 맹활약을 기대해보자.

*<정동한바퀴>도보해설 프로그램은 서울 중구청 홈페이지 문화관광과로 들어가서 '해설사와 함께하는 도보관광' 메뉴에서 선택할 수 있다. 9월부터 매주 화, 목, 토에 오전 10시, 오후 2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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