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희, 장충동 성곽마을 동네배움터 '모이소'에 모이세요!

전통공예로 연결되는 주민소통의 사랑방

by 김지연 시민기자 승인 2024.08.25 13:14 의견 0


서울 중구에 위치한 광희, 장충동은 개발의 광풍을 비껴간 원도심 주택가이다. 조선시대 사소문 중 하나인 광희문을 끼고 있는 성곽마을에다 지금은 브런치 까페나 사무실로 변신한 일제강점기 시대의 문화주택은 물론 6~70년대 양옥집도 제법 남아 있다. 레트로한 분위기를 지닌 이곳은 한국의 저명한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박물관이기도 하다.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구 서산부인과를 비롯 김수근의 경동교회, 승효상의 구 웰컴사옥을 한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곳이다.

오래된 구옥들이 밀집된 장충동 골목길엔 주민 소통방 ‘모이소’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광희, 장충동 소재 주민들이 예술로 소통하는 사랑방이자 중구 전역에 자리잡은 동네배움터 중 한 곳이다.

광희, 장충동 주민들이 그린 전통민화와 공예품은 연말에 전시회도 열고 판매도 한다.


2018년 6월 23일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주거재생 사업으로 2층 양옥집을 매입, 리모델링 해 문을 열었다. 성곽마을 주민 협의체는 작가와 지역 공동체 모임을 위해 공간을 대여하고 공유부엌, 예술창작 교실, 마을 탐방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초조각 공예에 몰두하는 지역 주민들


처서가 지나도 아직 무더위가 가시지 않았던 8월 23일 오전, 이곳에서 초조각 공예교실이 열렸다.지역주민인 수강생 10여 명은 공예강사의 지도 하에 초에다 그림을 그리고 조각도로 음각을 한 후 색을 입히는 초조각 공예에 몰두했다. 올해 사업으로는 다양한 민화 그리기, 한지 공예 등 전통 공예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히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배움터 곳곳에 진열해 놓은 다양한 공예품 가짓수 만큼이나 수강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주 완성한 민화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는 모이소 동네배움터 회원들


수강생 심춘성(50대) 씨는 “초에다 그림을 입히는 공예 클래스가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다른 주민센터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이소라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재료비까지 보조 받고 무료로 수강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김명자(70대) 씨는 “그동안 서울시가 지원해온 사업인데 계약 완료로 지금은 중구청 주택과에서 관리한다.”고 했다. 수강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역 공동체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지자체와 주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가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모이소 회원들이 제작한 공예품들은 판매 가능할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나다.

모이소는 서울시에서 공간을 제공받기는 했지만 그동안 회비를 걷어 공과금이나 집수리비를 감당해 왔다. 해마다 공동체에서 만든 된장 판매 등 마을 사업을 통해 모인 수익금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사용한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를 정도로 삭막한 도시에서 ‘모이소’ 같은 동네배움터가 지역 주민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며 알 수 있었다. 특히 광희, 장충동은 고령층 1인 가구가 많아 소규모 모임을 통한 사회적 연결이 간절한 분들이 많다. 향후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지속적으로 운영되어 따뜻한 지역 공동체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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