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사색의 공간, 군위 사유원

건축과 자연의 조화로운 협업

김지연 시민기자 승인 2024.10.07 11:04 | 최종 수정 2024.10.07 20:52 의견 0

지금은 대구로 통합된 군위에 거대한 민간 수목원 사유원이 있다. 팔공산 지맥을 따라 7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사유원은 태창철강 설립자인 유재성 회장의 소유다.

알바로 시자의 소대.

건축가 승효상, 알바로 시자, 조경가 정영선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11명이나 참여해 화제가 된 곳이다. 대표 건축 공간으로 소요헌과 명정, 현암 등이 있는데 최소 4-5시간은 잡아야 다 볼수있다. 온라인 사전예약 필수에 평일 성인 입장료 5만원, 주말은 69000원이다. 입장하면 생수와 기념엽서를 나눠주고 양산도 빌려준다.

새둥지라는 건물 이름에 걸맞게 소대 내부 곳곳에 제비집을 볼 수 있다. 새집도 건축물의 일부로 해석하는 것 같다.

첫번째 만나는 건축물은 알바로 시자의 소대(巢臺). 소대는 '새둥지'란 뜻의 한자어다. 높이는 20.5 m인데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있다. 알바로 시자는 1933년생 포르투갈 건축가로 파주에 있는 미메시스 뮤지엄의 설계자로 잘 알려져 있다.

소대에서 내려오면 알바로 시자의 또 다른 건축물인 소요헌이 나온다. 원래 소요헌은 1992년 스페인 마드리드에 피카소 작품 <임신한 여인>과 <게르니카>를 전시할 오에스테 공원의 설계도였는데 건축이 무산되었다. 하지만 건축주가 맘에 들어해서 지구 반대편 한국 군위에 건축물을 짓게 된 것이다.

<풍설기천년>은 분재로 쓰려고 외부로 대량 반출될뻔한 토종 모과나무 100여 그루를 설립자가 매입해 꾸민 정원이다. 우리나라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이 풍상을 이겨낸 모과나무 언덕을 조성했다.

승효상이 설계한 명상 공간 <명정>은 땅에 푹 꺼진 건축물이다. 미로처럼 돌고 돌아 만나게 되는 물의 정원은 현생과 내생이 교차하는, 죽음을 사유하는 공간이다. 왕실 고분에 들어온 느낌도 나고 로마 시대 목욕탕도 떠오른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설립자 김익진이 우정을 나눴던 신부을 기리며 지은 경당인 <내심낙원>도 독특하다. 사유원에 존재하는 공간 중 가장 작은 건물인데 안에 들어서면 가톨릭이 아니라도 절로 성호를 긋게 만드는 엄숙한 종교 건물이다. 김익진은 사유원 설립자 유재성 회장의 장인이다.

유일한 한옥 공간인 <유원>은 팔공산의 기운을 받고 있는 명당이다.

사유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까페 가가빈빈.

그 외 사유원에서 첫번째로 지어진 <현암>, 별을 보는 장소인 <첨단> 그리고 설립자가 수집한 200년 넘은 배롱나무들을 심은 <별유동천> 등 격조 높고 개성있는 공간들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공간이 너무 넓어 제대로 보려면 한나절이 필요하니 최소 1박 2일 코스로 대구, 경북 여행길에 들를 것을 추천한다.

물탱크에 콘크리트를 입혀 별을 보는 제단으로 만든 첨단. 승효상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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