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장시연구』

- 조선 오일장의 역사·문화 및 사회·경제적 기능
- 조선 시장의 역사적 전개와 사회·문화·경제적 기능에 대한 시론

김용목 전문기자 승인 2024.10.15 18:12 의견 0


조선의 시장은 소수의 시장 원주민과 많은 외지인이 모여 재화를 매매 및 교환하는 곳이었으며, 그 교환 행위가 이루어지는 지역은 일정한 장소에 지정된 것이 아니라 대개 마을의 거리가 그대로 시장으로 이용되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모임 및 매매 행위는 농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요구에 의해 어떠한 제한도 없이 자유 제도에 따라 이루어졌다. 이러한 시장들은 상권을 배분하는 것, 또한 이웃 시장과 개장일開場日을 서로 달리하며 상호 연계하여 공간적·시간적으로 협력함으로써 마침내 조선 전체에 걸쳐 옛날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시장 망網(연쇄 시장 체계連鎖市場體系)을 형성해 온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현재도 시장이 성황이다. 시장 밖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빠른 시대에 적응하고 있지만, 시장에 들어가면 옛날부터 운반 수단으로 사용해 온 지게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시장은 한국 사회의 전통과 근대가 교차하는 장소이며, 현재에도 한국 사회의 특성을 체현體現하는 매력적인 필드워크의 장이다. 한국시장은 한국 사회의 근대화를 경제학이나 역 사학뿐 아니라 사회학, 인류학적 측면에서 고찰해 볼 만한 연구 대상이다. 당시 조선에서 도시가 발달하는 한편 기존의 시장도 확대되는 현상에 대한 무라야마 분석은, 현재도 한국 사회에서 시장이 성 황인 이유를 고찰하는 데 유효하다. 다시 말해, 한국인에게 시장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 책은 조선 시장의 호칭, 구성, 사회의 수요, 사회에 미치는 영향 이렇게 총 4장으로 구 성되어 있다. 시장에 관한 분석뿐만 아니라, 시장이 어떻게 얼마나 조선 사회에 영향을 주 고 조선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경제학, 역사학 관련 분야의 시장연구와는 일선을 긋고 있는 점에서 사회학적인 시 장연구라고도 할 수 있지만, 시장을 통해서 조선인의 성향을 고찰하고 있다고 해서 완전한 사회학적인 시장연구서라고도 보기 어렵다. 무라야마가 대학 졸업 논문으로“ 일본 국민 성의 발달”에 대해 쓴 것으로 보아 현재 내용은 알 수는 없지만, 처음부터 국민성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사회는 많은 오락이 있지만 오락적 요소가 없던 일제 식민지시기의 시장은 오락적 요소로 작용하였던 것을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어 조선 시장의 오락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을 정도이다.

무라야마 지쥰 지음, 아사쿠라 토시오 엮음, 최순애·요시무라 미카 옮김, 크라운변형판, 양장,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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