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강가의 눈사람 된 소년독립군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대학교
윤명철 논설위원

데스크 승인 2024.03.01 15:57 | 최종 수정 2024.03.26 10:39 의견 0

모란강가의 눈사람 된 소년독립군

윤명철

새까망 하늘
빈틈없이
파들어가며
새하얗게 쏟아내는
눈발들.

모란강 곁 흰 자작 숲에
몸 숨긴채
관동군 개떼들 코에
피냄새 숨기려고
끊어낸 칡줄기로
꽁꽁 쳐 맨
독립군의
피범벅된 가슴팍을
콕콕 찔러댄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강건너 호롱불 보며
속으로 삼키던
'엄마'
'엄마 '
소리들
끝내 쏟아내지 못한 채로
새하양 눈발들에 버무려진다.

진홍피에 잠겨가는 소년병은
눈사람이 된다.
발해의 옛 터에 누운채
새하양 와불이 된다.

그리고
부활도, 환생도 못한채
역사에도 잊혀진 채
흙덩이로 뒹굴다가.
해마다
딱 한 번
새하양 개망초 꽃으로 피어
마파람에 실려
통곡한다.

2024.03.01

사마르칸드에 쌓여가는 눈발 맞으며
전사한 소년병을 모셔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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