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는 솥 바닥에 눌러붙은 밥을 이르는 말로 오늘날처럼 과자나 빵, 과일 등의 간식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에 가장 많이 찾던 간식 중 하나로 눌은밥이라고도 한다. 또한, 누룽지는 밥을 짓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음식으로 남은 밥이 눌러붙어 만들어지는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이다. 고소한 맛과 바삭한 식감으로 남녀노소(男女老少) 누구나 좋아하던 간식이지만, 누룽지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정이 담겨 있으며, 한국인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소중한 유산이다. 밥을 짓고 남은 눌은 밥이라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누룽지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곁에 머물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 왔다.
▶ 누룽지의 유래와 역사
누룽지의 기원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쌀을 주식으로 삼았던 고대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누룽지의 어원은 ‘누룽지’의 ‘누룽’은 본디 ‘눋다’라는 말에서 왔는데, 이는 누런빛이 나도록 조금 탔다는 뜻이다. 끝말 ‘지’는 부스러기, 찌꺼기를 나타내는 말이고 그러니까 누룽지는 ‘밥솥 밑에 누렇게 타서 눌러붙은 부스러기 밥’이라는 뜻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누룽지를 간식이나 식사 대용으로 즐겨 먹었으며, 시대와 지역에 따라 ‘누룽갱이’, ‘가매치’, ‘가마치’, ‘눌은밥’, '깜밥', '누룽이', '누룽개', '누렁겡이' 등 지역별 사투리로 불리기도 했고, 《동의보감》에는 ‘취건반(炊乾飯)’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문헌상 삼국시대부터 존재했던 누룽지는 음식이 귀했기 때문에 남은 밥 한 톨이라도 버리지 않고 활용하려는 지혜에서 비롯되었다. 조선시대에는 궁중에서도 즐겨 먹었으며, '하늘 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라는 속담처럼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후 누룽지는 간식은 물론, 숭늉으로 끓여 먹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며 우리 식탁에 자리 잡았다.
▶ 숭늉(sungnyung, Scorched rice tea), 누룽지와 함께한 특별한 음료
숭늉(=熟冷, 끓여서 식힌다고 해서 숙냉)은 밥솥 바닥에 눌러붙은 누룽지에 물을 붓고 한소끔 끓여 만든 요리이다. 밥알이 많긴 하지만, 일단 주 목적은 밥알이 아니라 밥을 넣고 끓인 물을 마시는 쪽이라서 일종의 음료수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며 반탕(飯湯)·취탕(炊湯)이라고도 한다. 이 숭늉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임원경제지》에서 숭늉을 숙수(熟水)라 하였고, 《계림유사(鷄林類事)》에 “숙수를 이근몰(泥根沒 : 익은 물)이라 한다.”는 표현이 나오므로 고려 초나 중엽에 존재하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숭늉은 한국에서만 즐기는 독특한 음료로, 쌀 문화를 공유하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숭늉을 마시는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 숭늉은 소화를 돕고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어 식후에 즐겨 마셨다.현대에는 전기밥솥 보급으로 숭늉을 마시는 풍습이 줄어들었지만, 최근에는 숭늉 음료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며 재조명되고 있다.
▶ 쌀 문화권의 누룽지와 비슷한 음식들과 다양하게 변신한 누룽지
누룽지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 스페인 등 쌀을 주식으로 하는 다양한 나라에서도 누룽지와 비슷한 음식을 즐겨 먹었다. 누룽지와 비슷한 음식으로 중국에는 구오바(锅巴 ; 노구솥 과, 바랄 파), 베트남에는 꼼 짜이(cơm cháy), 일본에는 오코게(おこげ), 스페인에서는 파에야(Paella, 스페인의 쌀 요리)를 만들 때 생기는 누룽지를 ‘소카라트(Socarrat, 스페인의 요리 파에야를 먹으면 생기는 누룽지를 말함)’라고 부르며 각 나라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즐기고 있다.
가마솥 대신 전기밥솥을 사용하면서 누룽지와 숭늉도 없어지는가 싶더니 최근엔 누룽지 기능이 추가된 밥솥, 누룽지 제과기, 누룽지 프라이팬까지 나왔다. 뿐만 아니라 누룽지 정식이며 누룽지 백숙 전문점이 유행하고 있으며, 누룽지로 만든 과자와 숭늉 음료, 누룽지 탕수육, 누룽지 볶음밥, 컵라면 형태의 누룽지탕 등 다채로운 메뉴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누룽지의 건강 기능성 또한 주목받고 있으며,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누룽지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누룽지는 우리의 맛,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누룽지를 통해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고소한 맛과 바삭한 식감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앞으로도 누룽지가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머물며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길 기대해 본다.
🔳 참고 문현
1. 뚜연, [누룽지의 역사와 유래], 네이버 블로그 띠안, 2022.
2. 벼리아방, [오늘의 어원 - 누룽지], 네이버 블로그 금정마왕, 2024.
3. choiday, [한식 누룽지의 역사, 효능, 재료], art뮤지엄, 2024.
4. 야무진 건강팀, [누룽지의 역사와 유래], 네이버 블로그 야무진 건강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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