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녹우당 전경과 안내판(사진제공 국가유산청,해남군, 김오현)
전라남도 해남에 위치한 녹우당(綠雨堂)은 조선 시대 유학자 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의 고택으로 유명하다. 녹우당(綠雨堂)은 단순히 아름다운 한옥을 넘어, 조상들의 지혜와 철학이 담긴 공간이다. 특히, 녹우당을 지은 역사는 고산(孤山)선생의 4대조이자 해남윤씨(海南尹氏) 어초은공파의 시조가 된 어초은 윤효정(漁憔隱 尹孝貞)이 백련동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 시작된다. 해남 윤씨(海南尹氏) 종택 녹우당(綠雨堂)의 담장 너머에는 과거 마을 전체가 하나의 뜰이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오늘날 우리가 보는 녹우당 담장은 후대에 덧붙여진 것이며, 녹우당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조상들이 마음으로 지은 집이었다. 녹우당(綠雨堂)을 지은 어초은(漁憔隱)선생은 집을 짓는 과정에서 벽돌 한 장, 기둥 하나에도 가족의 화목과 후손들의 인성 함양을 위한 철학을 담았다고 한다. 형제간의 우애, 웃는 얼굴, 고운 말씨 등 인간의 미덕을 건축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덕음산(德陰山), 망우재(忘憂岾), 문필봉(文筆峯) 등 주변 환경마저도 교육의 장으로 삼아 후손들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했다.
효종 임금이 스승인 고산 윤선도를 위해 수원에 지어준 집을 그가 82세 되던 1669년에 이곳으로 옮겨 지은 녹우당의 사랑채 전경
▶ 녹우당(綠雨堂)
전라남도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에 자리 잡은 녹우당(綠雨堂)은 덕음산(德陰山)이 서쪽을 향해 대명당을 펼치고 좌우 대칭의 청룡백호(靑龍白虎)가 명당 공간을 형성하며 녹우당(綠雨堂)을 감싸는 형세를 이루고 있는 풍수지리적 명당에 위치한다고 한다. 다만, 가까운 안산이 없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녹우당(綠雨堂) 입구 연못에 숲을 조성하여 비보풍수(裨補風水)를 적용했다. 그리고 조선시대 가옥으로서 1968년 사적 제167호로 지정된 해남 윤씨(海南尹氏) 녹우당(綠雨堂) 일원의 중심을 이룬다. 이 터는 해남 윤씨(海南尹氏)의 득관조(得貫祖)이자 중흥(中興)을 이룬 어초은 윤효정(漁憔隱 尹孝貞, 1476~1543)으로 금남 최부(錦南 崔溥,1454~1504)선생으로부터 학문을 배웠으나 벼슬에 나가지 않고 삼계옥문 적선지가(三開獄門 積善之家, 이웃을 대신해서 세금을 내주어 감옥 문을 세번이나 열어준 착한 일을 많이 한 집 )로 지역에 명망이 높았으며, 이후 윤구(尹衢)·윤행(尹行)·윤복(尹復) 등의 자제들이 과거시험에 합격하고 관직에 진출하면서 명실 상부한 명문 가문으로의 기틀을 다져갔다. 녹우당(綠雨堂)은 효종(孝宗)이 스승인 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 1587~1671)를 위해 수원에 지어준 집을 그가 82세 되던 1669년에 이곳으로 옮겨지은 것으로, 철종 9년(1858년)에 대대적인 수리를 거쳐 전라남도에 남아있는 가장 크고 오래된 口자형 고택이 되었다. 녹우당(綠雨堂)이라는 이름은 집 뒤 산자락에 우거진 비자 숲이 바람에 흔들릴 때 마치 비가 내리는 듯한 소리를 낸다고 하여 붙여졌으며, 입구에는 500년 된 은행나무가, 뒤편 덕음산(德陰山)에는 천연기념물 비자나무 숲(수령 500년가량 400여본)이 자리하고 있다.
국보인 윤두서 자화상, 해남 윤씨 가전 고화첩 일괄 속에 있는 그림들...
윤선도 종가 문적, 윤단학 노비허여문기 및 입안 보물들...
녹우당(綠雨堂)에는 국보인 윤두서 자화상(尹斗緖 自畵像)을 비롯하여 해남 윤씨 가전 고화첩 일괄(海南 尹氏 家傳 古畵帖 一括, 보물), 윤선도 종가 문적 (尹善道 宗家 文籍), 윤단학 노비허여문기 및 입안(尹丹鶴 奴婢許與文記 및 立案, 보물) 등 2,50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이는 대부분 윤선도(尹善道)와 그의 증손인 공재 윤두서(恭齋 尹斗緖, 1668~1715)와 관련된 것들이다. 특히, 녹우당(綠雨堂)이라는 당호는 공재 윤두서(恭齋 尹斗緖)의 절친인 옥동 이서(玉洞 李潊, 1662~1723)가 해남 연동에 머물면서 비 소리인 줄 알고 잠에서 깼으나, 실제로는 비자 숲이 바람에 흔들릴 때 마치 비가 내리는 듯한 소리인 것을 알고 '푸른 비가 내리는구나'라며 지어준 것으로, 이서(李潊)의 동국진체(東國眞體) 글씨체로 현판이 남아있다.
옥동선생유필, 윤춘식 후손으로부터 유물관에서 녹우당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모습
해남윤씨 녹우당 사랑채의 처마와 전경
◼️ 형제간 우애(友愛)와 겸손(謙遜)으로 지은 집
녹우당(綠雨堂)을 처음 지은 어초은(漁憔隱)선생은 비바람을 막는 집이 아닌, 가족의 우애(友愛)와 겸손(謙遜)으로 지은 집을 꿈꿨다. 형제간의 우애(友愛)를 벽 삼고, 겸손(謙遜)을 바닥 삼아 짓는 집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가족의 화목과 행복을 위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어초은(漁憔隱)선생은 집을 지을 때 벽돌 대신 형제간의 우애(友愛)와 웃는 얼굴을 사용하고, 기둥 대신 성실(誠實)과 노력(努力)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건축 방식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간의 화목과 개인의 성장을 위한 교육적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겸손(謙遜)과 인내(忍耐)를 바닥 삼아 굳건한 기반을 다지고, 베풂과 나눔을 통해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했다.
해남윤씨 녹우당 안채, 사랑채, 주변 전경들...
◼️ 자연 속에 담긴 철학(哲學)
녹우당(綠雨堂) 주변의 자연 환경 또한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덕음산(德陰山), 망우재(忘憂岾), 문필봉(文筆峯), 벼루산, 소나무 동산, 백련꽃 연못 등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지향해야 할 덕목과 가치를 상징한다. 덕음산(德陰山)은 덕을 쌓아야 함을, 망우재(忘憂岾)는 근심을 잊고 어리석음을 버려야 함을, 문필봉(文筆峯)과 벼루산은 학문에 정진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소나무 동산은 굳은 절개(節槪)와 의지(意志)를, 백련꽃 연못은 순수한 마음을 상징하며, 후손들에게 끊임없이 자기 성찰을 요구한다.
녹우당 솟을대문, 해남윤씨 녹우당 일원 표지석, 500년 된 은행나무, 담장 모습들...
◼️ 녹우당(綠雨堂), 그 깊은 철학을 담은 담장의 변화를 기대하며
해남(海南) 연동(蓮洞) 마을의 녹우당(綠雨堂)을 찾을 때마다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은 안타까움은, 지금의 높은 담장이 옛 녹우당(綠雨堂)의 모습을 가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녹우당(綠雨堂) 후손인 윤춘식 선생은 "연동(蓮洞) 마을 전체가 녹우당(綠雨堂)의 너른 뜰이요 정원이었다"며 담장이라는 인위적인 경계를 넘어, 마음으로 소통하는 공간이었음을 강조한다. 원래 연동(蓮洞) 마을 전체가 녹우당(綠雨堂)의 너른 뜰이자 정원이었기에, 담장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을 전체가 어초은 윤효정(漁憔隱 尹孝貞)의 철학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높은 담장은 녹우당(綠雨堂)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그 진정한 가치를 온전히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있는것 같다. 마치 책의 아름다운 표지에 가려진 깊은 내용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녹우당(綠雨堂)의 일부 모습은 방문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보다 오히려 단절감을 느끼게 한다. 어초은(漁憔隱)선생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하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을 중요하게 여긴 선생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었다. 따라서 담장을 조금이라도 낮추어 녹우당(綠雨堂)과 마을의 경계를 허물고, 방문객들이 어초은(漁憔隱)선생의 철학을 더욱 가까이에서 느끼고 교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해남윤씨 녹우당 일원 주변 다양한 높은 담장들...
낮아진 담장을 통해 녹우당(綠雨堂)과 연동(蓮洞) 마을이 하나로 이어지는 풍경을 상상해본다. 마을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녹우당의 정원에 들어서고, 그곳에서 어초은 선생의 숨결을 느끼며 사색에 잠길 수 있을 것이다. 녹우당(綠雨堂)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닌, 어초은(漁憔隱)선생의 철학을 경험하고 배우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녹우당(綠雨堂)의 담장이 조금이라도 낮아져, 더 많은 사람들이 어초은(漁憔隱) 선생의 철학을 느끼고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 참고문헌
1. 아라가야, [전통건축 갤러리 /전남 해남 녹우당], (주)건축사사무소 아라가야, 2015.
2. 시나브로, [해남윤씨녹우당일원, 어초은묘], 네이버블로그 '문화재? 문화재!!', 2022.
3. 녹우당해남광주, [마음으로 지은집 녹우당], 네이버블로그 '녹우당의백련', 2024.
4. 윤춘식, [성리학의 관점에서 보는 녹우당의 전인교육적 가치], 돌(덕)고개 연꽃농장,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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