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찹쌀떡과 메밀묵이 특별했던 그 시절 이야기

- 최초의 농서인 농사직설(農事直說)에서 교맥(메밀)의 재배법을 설명하고 있다
- 추운 겨울밤, 골목길을 울리던 정겨운 소리 "찹쌀떡~ 메밀묵~"

김오현 선임기자 승인 2024.12.11 19:56 | 최종 수정 2024.12.12 10:52 의견 0

추운 겨울밤, 골목길을 울리던 정겨운 소리 "찹쌀떡~ 메밀묵~" 외치던 찹쌀떡과 메밀묵의 모습(사진제공 네이버 검색)

최초의 농서인 농사직설(農事直說)에서 교맥(메밀)의 재배법을 설명하고 있을 만큼 우리나라에서 메밀은 오랜 역사를 지닌 식량이었다.

특히 겨울밤, 골목길을 울리던 "찹쌀떡~ 메밀묵~" 소리는 1980년대 학창 시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멈추게 하던 정겨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밤길을 울리던 정겨운 찹쌀떡 장수의 목소리는 이제는 들을 수 없게 되었지만, 찹쌀떡과 메밀묵은 여전히 겨울밤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야식으로 기억되고 있다.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재탄생한 추억의 찹쌀떡의 모습

■ 겨울밤의 특별함을 더하는 찹쌀떡과 메밀묵

◾️ 찹쌀떡(복태병:腹太餠, 배불뚝이떡)

찹쌀떡은 찹쌀을 반죽하여 단팥소를 넣고 동그랗게 빚어 전분을 입혀낸 떡이다. 사실은 일본에서 유래한 간식으로, 수험생의 합격을 기원하는 음식으로 널리 쓰인다. ‘모찌’ 혹은 ‘모찌떡’으로도 불리는데, 이는 일본에서 떡을 뜻하는 ‘모치(餅,떡 병)’에서 온 명칭이다. 찹쌀떡은 일본의 다이후쿠모치(대복병, 大福餠)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큰 복을 받는 떡’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 들어온 찹쌀떡은 일제강점기의 야참 장수들이 메밀묵, 만두 등과 함께 모판에 담아 팔았고, 이는 야식으로 큰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수험생에게 찹쌀떡을 선물하였고 이러한 풍속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오늘날까지 합격 기원을 뜻하는 의미로 자리잡게 되었다.

메일을 갈아 만든 앙금으로 쑨 쫀득쫀득한 실감을 자랑하는 다양한 메밀묵과 메밀 무침의 모습

◾️ 메밀(교맥, 蕎麥)묵

메밀은 한반도 자생 작물이다. 이것의 알맹이로 묵을 쑤어 먹은 역사는 매우 오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메밀묵과 관련된 고대 문헌이나 고고학적 유물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역사 이래 만들어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농서인 '농사직설(農事直說', 세종때 농사에 관한 기술을 풀이한 책)은 '교맥(蕎麥)의 향토명은 木麥(목맥)'이라며 그 재배법을 설명하고 있다. 교맥이 바로 메밀이다. 그런데 교맥(蕎麥)의 일본어 발음은 '소바'(そば)이다. 국립국어연구원은 소바를 메밀국수로 다듬었다. 정약용(丁若鏞)은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 메밀의 한자어는 교맥(蕎麥)이며 조선에서는 ‘모밀’이라고 부른다고 적었다. 일제강점기 때 잡지 '별건곤(別乾坤)'에서는 ‘메물묵’이라고 적었다.

메밀묵을 만들 때에는 메밀을 미리 물에 담가 떫은맛을 우려낸 후, 껍질을 벗기지 않고 통째로 맷돌에 갈아 물을 부어가며 체로 걸러낸 다음 웃물을 따라내고, 밑의 앙금으로 풀을 쑤듯이 끓이는데 이 때 묽기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물을 조절해가면서 주걱으로 계속 저어주며 잘 끓이다가 그릇에 담아 식히면 묵이 되어 예부터 향토음식으로 가난한 이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식품이었다.

묵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식품인데 특별한 맛은 없지만 매끄럽고 산뜻해서 입맛을 돋우어 주는 것이 특징이고 향이나 질감이 독특해 채소요리에 부재료로 넣거나 무쳐서 양념 맛으로 먹는 음식이다. 겨울철 밤참으로 즐겨 먹던 메밀묵은 배추김치를 송송 썰어서 함께 무쳐야 제 맛이 난다. 묵은 무쳐서 바로 먹어야 제맛이다. 녹두묵이 양반음식이라면 메밀묵과 도토리묵은 서민음식이다. 추운 겨울밤에 궁금할 때 야식으로 즐겨 먹던 음식으로,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찹쌀떡과 함께 메밀묵 행상이 많았던 점은 우리 민족의 소중한 음식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는 의미이다.

겨울이면 더 생각나는 그 때 그 시절 "찹쌀~떠억, 메밀~무욱".. .외치던 찹쌀떡과 메밀묵 장수들의 모습(사진제공 KBS방송의 추억의만화 검정고무신 내용과 네이버 검색)

■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추억 - "찹쌀떡∼메밀묵∼”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겨울밤 속이 출출한 사람들을 위하여 어김없이 들려오던 정겨운 목소리가 있었다. 바로 찹쌀떡과 메밀묵을 외치며 골목길을 누비던 '찹쌀떡 장수'의 목소리였다.

과거의 정겨운 풍경은 사라졌지만, 찹쌀떡과 메밀묵은 단순히 음식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음식이었다. 찹쌀떡과 메밀묵을 외치는 '찹쌀떡 장수'의 목소리를 떠올리면 같이 연상되는 풍경은 창가에는 흰눈이 소복이 쌓여있고, 방안에는 온 가족이 어깨에 이불을 두르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밤참을 나눠 먹는 겨울밤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찹쌀떡 장수의 정겨운 풍경은 사라지고 없지만 찹쌀떡과 메밀묵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단순한 음식을 넘어, 찹쌀떡과 메밀묵은 가족과 함께했던 따뜻한 추억을 선사하는 특별한 음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찹쌀떡 장수는 소설이나 신문기사를 보면 일제강점기에도 있었던 것으로 아주 오래된 정겨운 모습이며 1980년말까지는 들려오던 그 소리가 주거환경이 일반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면서 이제는 들어 볼 수 없는 추억의 소리가 되어 버렸다.

최근에는 찹쌀떡과 메밀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로 찹쌀떡 아이스크림, 메밀묵 샐러드 등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팥 대신 견과류나 과일을 넣은 찹쌀떡, 메밀묵에 다양한 토핑을 곁들인 메밀묵 등 다양한 변화를 통해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아이들 간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로 다양한 찹쌀떡, 찹쌀떡 아이스크림, 딸기 찹쌀떡 등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겨울밤 골목길에서 들려오는 정겨운 목소리, 따뜻한 찹쌀떡과 시원한 메밀묵은 추운 겨울밤 가족과 함께 나누며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이었다. 이러한 정겨운 추억은 찹쌀떡과 메밀묵이 단순한 야식이 아닌, 우리의 문화와 정서를 담고 있는 소중한 유산임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찹쌀떡과 메밀묵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행복을 선사했던 음식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추운 겨울밤, 찹쌀떡과 메밀묵을 먹으며 옛 추억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찹쌀떡이나 메밀묵! " 이라고 외치던 그때 그시절이 그립다.

🔳 참고 문헌

1. 산들행, [메밀묵과 찹쌀떡은 야식행상의 간식거리],네이버블로그(작물의 인문학), 2014.

2. 김정준, [찹쌀떡과 메밀묵의 추억], 네이버블로그(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추억), 2023.

3. 주영하, [메밀묵], 국립민속박물관, 2024.

4. 조혁연, ['소바'는 우리말 蕎麥(교맥)이 역수입된 말], 중부매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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